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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공작 후기: 흑금성사건과 박채서.

by Boribori:3 2018. 8. 16.

오랜만에 쓰는 영화 리뷰.

요즘 영화값 너무 올랐는데 그 비용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든 영화 .!

아직도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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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남북간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실화 기반의 영화.

기대 없이 봤는데, 짧지 않은 137분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봤던 영화였다. 

기존의 여타 수많은 스파이 간첩물들하면 생각나는 액션씬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나, (흔한 총소리도 듣기 힘들다.)

영화보는 내내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줄거리

1993년.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한 해.

정보사 소령 출신 박석영(황정민 분)은 안기부의 공작원으로 스카우트 된다. 북한의 핵무기 관련 현황, 계획 등 극비 정보들을 빼오는 것이 박석영의 임무이다. 이 임무의 암호명은 '흑금성'.


박석영은 사업가로 위장해서 북한의 간부 리명운(이성민 분)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고, 그를 이용해 북한의 권력층들을 만나고, 최고 권력자인 김정일까지 만나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1997년, 남한의 대선을 앞두고 박석영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남한의 여당(당시 신한국당)과 자신을 스카우트한 안기부와 북한측 실세 몇몇 간에 대선 여론 조작을 위한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안기부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약칭으로, 현 국가정보원의 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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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배경과 실존인물 :  박채서와 흑금성사건

영화를 보고나서 흑금성사건에 대해 알아보았다.

흑금성사건은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벌인 '북풍 공작'중 하나라고 한다.

영화 속 박석영의 실존인물 이름은 박채서.

                                                박채서. 김대중 정권 탄생의 공신.

 

박채서는 박기영(영화 속에선 박성웅 분)과 함께 아자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리호남(영화 속 이성민)에게 접근해 북한에서 광고촬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영화 속 이성민이 연기한 리명운의 실존인물은 리호남(3개의 이름을 썼으나 리호남으로 불리움)으로, 북한의 해외무역업무를 전담하며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

북한은 이 시기, 1993년, NPT탈퇴 이후 더 심한 경제난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들을 잘 이용해 그는 김정일과 면담하고 독접사업권을 따내는 데 성공해 북한 내 광고촬영, tv촬영 독점권을 얻어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박채서는 대선 직전에 김대중 낙선을 위해 남한 측에서 벌이려는 짓거리들을 알게 되고, 고민 끝에 훼방을 놓는다.

자신은 조국을 위해 했다는 일들이 권력층들의 이해관계에 이용되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그리고 1998년, 김대중이 이회창을 이기고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이 된다.

그 해 7살에 불과했던 난, 잘 몰랐었지만 역사적인 날이었다고들 한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최초로! 선거를 통한 여당 야당의 평화적 정권교체였다고. 50년 헌정 사상 최초로 정권교체.


따라서 대선 전에 있었던 이른바 '북풍'사건들은 김대중이 당선되었기에 당연히 검찰 수사 대상이 되었고

당황하고 분노한 안기부는 , 자신들이 스카우트하고 공작 제의를 했던 흑금성(박채서)의 정체를 언론에 공개해버린다. 

흑금성이 김대중의 대북 접촉을 도왔다는 보도.

그렇게 어렵게 체결되었던 대북 광고사업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김대중의 햇볕정책으로 결국

남북한 인기가수가 함께 출연하는 TV광고 제작을 추진하는데에도 성공한다. (그 tv광고는 2005년의 삼성전자의 애니콜 광고. 남한 가수 이효리와 북한 가수 조명애가 만나 촬영.)

영화 마지막 장면에 이효리가 나오길래 그냥 우정출연인가,, 했었는데 이런 과거가 있었다니.


그런데 박채서는,, 2010년(이명박 정부때) 간첩으로 몰려 국가보안법 위반 등 여러 혐의를 모두 받고 6년간 감옥살이를 하였다고 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가며 헌신했는데 돌아온 건 '이중간첩'이라는 딱지와 감옥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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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졌다..


박석영, 리명운 이 둘을 제외하곤, 말 몇마디로 남북관계를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들의 관심은 결국 하나였다.

'자신의 권력유지'

이들에겐 자신들이 벌이고있는 일로 인해 나라와 미래가 어떻게 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일이 자신의 권력 유지 혹은 권력을 높이는 것에 도움을 준다면.

남북간의 냉전은 오히려 그들의 정치공세를 위해 필요하다.


1997 대선 유력후보 김대중과 이회창.

김대중을 낙선시키고 이회창을 당선시키기 위해, 그래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북한을 이용한다.  

북한에게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대신 그 대가로 짭잘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북한에게 '적' 행세를 해주라는 것이다. 

대선 전에 민심을 뒤엎기 위해서.

90년대에 태어난 나는 당시 어린아이일 뿐이었어서 당시에 일어났던 정치적 일들에 대해선 무지했었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둔 영화를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게 없다고 느껴진다.

역사는 정말 되풀이되는구나.

적폐들은 그냥 내버려두면 끝까지 나라를 좀먹는 적폐로 남아있고, 

잘못을 해도 처벌받기는 커녕 떵떵거리며 사는 것을 보기에 적폐들이 더 많이 생기는구나. 



액션은 없는 스파이 첩보물이었지만, 이야기의 흐름, 배우들의 연기가 다 했다.

특히 이성민 배우.

간만에 영화 한 편 정말 잘 보고 왔다.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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