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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독전(Believer) 후기. 믿음과 선택에 대해서.

by Boribori:3 2018. 5. 23.

뜻하지 않게 개봉 당일 날 보게 된 영화 독전.

보고나서 잔향이 가시기 전에 쓰는 영화 감상문.

(결말 스포 있다.)

 

#스토리

오랫동안 마약조직의 수장인 '이선생'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 그러나 이선생은 성별도, 이름도-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

그러던 중, 이선생을 쫓는데 의문의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거기서 큰 단서를 제공해 줄 두 명의 사람, 오연옥(김성령)과 락(류준열)을 알게 된다.

이 둘은 모두 이선생에게 배신당한 사람들.

그런데 오연옥은.. 영화 너무 초반에 죽어버리고(포스터에도 나오고 주연이라 뜨는데 너무 일찍 죽는다.) 남은 건 락 한명 뿐.

락은 그 폭발사고로 부모를 잃었다. 그리고 아끼던 개까지 숨만 붙어있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 걸 지켜본다 묵묵히.

그리고 원호에게 이선생을 잡는걸 도와주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락 역시 이선생에 대해 아는 건 없다. 존재자체만 알 뿐. 같은 조직원들에게도 알려진 게 없어 이선생인 척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원호는 잘 알지도 못하는 락을 믿게되고 함께 판을 짜, 마약계의 거물 진하림(김주혁)을 속여 이선생에게 접근할 길을 만든다.

진하림은 마약 원료를 공급해주고 이선생의 조직이 이를 만들면 그 물건을 다시 받는 거래를 성사시킨다.

진하림을 만나 그의 말투와 특징을 간파한 원호는 , 진하림인 척 하면서 이선생의 부하라고 알려진 박선창(박해준)을 속인다.

어쨌든 락은.. 진하림으로부터 받은 엄청나게 많은 마약 원료들을 '라이카'라고 불리는 실제 마약으로 만들기 위해

염전으로 간다.  사실 그 곳은 소금밭으로 위장된 , 농아 남매가 운영하고 있는 마약제조공장.

......

이렇게 이선생을 잡기 위한 속고 속이는 트랩들과 그 과정에서 총소리가 끊이지 않는 액션씬이 손에 땀이 고이게 만든다.

과연 이선생은 누구일가?

스토리는 이렇듯 '마약범죄물'장르 그 자체고 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전개가 빨리 진행되고 '마약'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만큼 마약을 만지고 사고팔며 흡입하는 사람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들이 계속 긴장하게 만든다. 또한 이선생이 과연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연기

스토리보단,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살렸다고 생각한다.

그 중 고 김주혁 배우의 마약쟁이 진하림으로의 연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진하림(김주혁)이 등장하고부터 그의, 언제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불가인 미치광이 연기에 압도되어 계속 두근두근하며 봤다.

그런 그의 연기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보령 역을 맡은 진서연 배우는 처음 봤는데, 진짜 마약에 미친 여자 연기를 소름끼치게 잘하셨다.

그리고 류준열 배우의 차갑고 냉정한 무덤덤한 표정연기.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배우는 배운가보다.

 

#반전, 결말 (스포 O)

원호가 그렇게 잡고싶어했던 이선생은.. 함께 목숨을 걸어 쿵짝을 맞췄던, 브로맨스 케미를 보여줬던 락이었다.

 

자신을 이선생인 척 행세하고 다니는 브라이언(차승원)은, 일개 부하인줄로만 알았지만 진짜 이선생이었던 락(류준열)의 손에 죽는다.

그러나 경찰은 브라이언을 이선생이라 언론에 발표하고 수사를 종결시킨다.

오랜시간 이 사건만 좇았던 원호(조진웅)는 이후, 회의감을 느끼고 경찰직을 그만둔다.

그리고 락(류준열)을 찾아간다. 락이 아끼는 개에게 미리 gps를 심어뒀던 것.

락은 영화의 첫 장면에 나왔던 눈덮인 도로를 쭉 달리다보면 나오는 근처에 아무것도 없는 한 시골집에- 친구 두명과 살고 있었다.

집 안에 들어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락을 마주한 원호는 그에게 묻는다.

지금까지 행복한 적이 있었냐고.

락의 답은 나오지 않고, 화면은 집 밖으로 돌아가 총성이 들린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누가 누구를 향해 총을 쏜건지는 나오지 않는다.

원호나 락이 자살 혹은 타살로 죽었을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는데

난 원호가 자살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주 멀리까지(무려 노르웨이) 찾아온 원호를, 락이 진작 죽였으면 죽였지 거기서 죽였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이유도 없고. 그리고 락이 자살했을 것 같으면 노르웨이까지 농아 친구들과 함께 가서 오붓하게 살았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내 추측은 원호.

이선생이라는 실체없는 사람만을 잡기 위해 오랜시간을 달려왔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잃었는데. 그렇게 달려온 목표가 사라져버려서.

 

#하얀색

영화 속엔 하얀색이 주요 소재 및 배경으로 등장한다.

마약, 염전의 소금, 그리고 마지막과 첫 장면의 눈.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잃게 만드는 해로운 중독성 물질인 마약의 흰색 가루와

그 마약을 몰래 제조하는 공장이 위치한 염전.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는 성경 속의 말처럼, 소금은 세상의 부패하는 것들을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세상을 부패하게 만드는 마약도 하얀색 , 부패를 막는 소금도 하얀색.

그리고 세상의 것들을- 추한 것이든 예쁜 것이든 덮어버리는 눈도 하얀색.

겉보기엔 비슷해보이고 같아보이지만, 사실 너무나도 그 성질이 다른 것들.

 

마약을 하다가 골로 가버린 영화 속 사람들을 보며

 한번 뿐인 인생에 있어 무엇을 좇아야 할지는 겉만 보고 화려하고 재밌어보인다고 선택하지 말고,

좀 더 가까이서 보고 - 신중하게 잘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리긴 생각보다 쉽지 않으므로.

#Believer

이 영화의 영어제목인 believer. 믿는 자. (예고편의 배경음악도 알고보니 Imagine Dragons의 believer.)

무슨 뜻인가 생각해봤다.

영화 속엔 원호와 락의 신뢰, 락과 농아 남매의 신뢰, 신학을 전공했다던 브라이언의 광적인 사이비같은 믿음,

각 등장인물들의 믿음.

어떤 것을 믿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 사람은 결국 그 믿음을 따라 행동하게 되고

그 믿음에 따른 행동이 결국 그 사람의 삶과 끝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만의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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