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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틀 포레스트: 다른사람이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by Boribori:3 2018. 3. 13.

리틀 포레스트 스토리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도시에 살던 청년들의 귀농이야기.

 혜원(김태리 분)은 부모님을 따라 4살때 시골에 왔다가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했고 공부, 아르바이트, 취업준비를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낸다.

졸업 후엔 아르바이트와 임용고시 준비를 병행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시간과 돈을 아끼려고 매일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며.

그러나 열심히 준비했던 시험에서 떨어지고, 혜원은 숨을 돌리기 위해, 고향으로 잠깐 돌아간다.

고등학생 시절, 시골생활이 싫어 엄마에게 대학생이 되면 이 지겨운 곳을 벗어날거라고 소리를 빽 지른 적 있는 혜원은 제발로 고향에 다시 돌아오니 만감이 교차한다.

자신의 처지가 부끄러운 혜원은 자신이 왔다는 걸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으나

어릴적부터 친했던 친구 은숙과 재하가 그녀를 발견.

 

반가워하며, 은숙은 혜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배가 고파서'돌아왔다는 혜원.

이 한마디가 요즘 청년들의 현실을 꼭 맞게 보여준다.

 

한편 재하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사표를 쓰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부가 되었다.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삶을 살고싶지 않아서.'였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삶을 컨트롤하는게, 숨이 턱 막혔다는 그.

혜원은 아무 답도 찾지 못한 채 잠시 도피를 위해 왔지만 그는 답을 찾아 돌아왔다.

하루하루 땅을 만지며, 생명을 키워내는게 자신에게 맞다는 재하.

그가 그렇게 멋있게 느껴졌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며 자부심을 가지는 모습이.

 

 

그리고 봄이 오면 다시 서울로 갈거라고, 여긴 아주 잠깐 와있는 것뿐이라고 -

전혀 기뻐보이지 않게, 그러나 습관처럼 말하는 혜원에게 재하가 한 말.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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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은 촌스러운 시골에 도피를 위해 잠깐 머무르다 떠나려 했지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이 돌아올때까지 그녀는 장작을 패고, 배추를 부치고, 떡과 막걸리를 만들며 

서울에선 알지 못했던 작은 행복들을 알게 된다.

 

엄마가 한마디 말도 없이 홀연히 떠나버리고, 원망과 증오만이 남았던 혜원의 응어리진 마음은 

서서히 풀어지게 된다.

농촌에서의 삶은 엄마와의 추억들을, 생생히 기억나게 하고 - 엄마의 선택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겨울이 지나 다시 겨울이 돌아왔을 때 1년 사이에 혜원은 , 성장한다.

몸도 마음도 배고팠던 그녀는

땀흘려 씨를 뿌리고, 심고, 가꾸면서-

정직하게 키워낸 건강한 식물들로 건강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며,

숨길 것 하나 없는 고향친구들과 속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허기짐을 채운다.

 

주인공이 치유되는 것을 보며 함께 힐링할 수 있는 영화.

자극적인 요소들이 빠져있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 마음이 편안해지는 영화.

 

서울로, 수도권으로 가서 높은 빌딩에서 일하며 바쁘게 사는 모습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아무 생각없이 그 모습을 좇는 청춘들에게 ,

그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영화였다.

도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 건 실패, 낙오가 아니라고,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며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의 답안 중 하나이고 틀린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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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작은 숲.

삶이 힘들고 지쳐도 기대어 쉴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숲이 있다면 그 힘든 것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작은 숲은

언제든 기댈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가족, 친구, 연인도 될 수 있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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