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다큐영화라서, 상영관도, 상영횟수도 하루에 한번 꼴로 많지 않고 내가 사는 지역에선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2시간 이내 거리에 상영관이 있어서 주말에 바람도 쐴 겸 가보기로 했다.
이런 영화- 꼭 만들어졌으면, 했었었는데 정말 이루어지다니.
#영화, 피의 연대기
가임기의 여성이라면 한달에 한번, 피해갈 수 없는 생리에 대해 다룬 영화이다. 생리대와 생리컵의 역사, 사용방법, 생리에 대한 경험담을 어둡지 않고 밝게,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여성인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났고, 세상의 절반은, 혹은 그 이상이 여성인데 그녀들이 매달 겪어야 하는 생리라는 존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사회적 분위기. 남성은 물론 이를 겪는 장본인인 여성도- 입밖으로 꺼내기 부끄러워한다.
#생리가 부끄러운 일인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그랬었다.
- 생리가 시작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학교를 다닐 땐 생리대를 가방 한 구석에 숨기고 다녔고, 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귓속말로 무슨 연애하듯 생리대 좀 빌려줘..라고 속삭였다.
그리고 생리대를 주고받을 땐 다른 남자인 친구들이 보지 않게 재빨리, 무슨 불법거래를 하듯 주변 눈치를 봐가며 건네줬다.
- 생리통으로 허리와 자궁이 아파 힘들어 안색이 안 좋으면 어디 아프냐는 다른 남성들의 물음에,
그냥 배가 아프다, 몸이 안 좋다, 대답하면
왜? 뭐 잘못 먹었어? 감기야?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라고 되물어보는 그들에게
생리통 때문이라고- 그 간단하고 쉬운 말을 하지 못했었다.
(사진출처-보어드판다)
- 편의점에 생리대를 사러 가면, 생리대가 있는 진열대 근처에 괜히 남자 손님은 없는지 , 빠르게 집어서 계산대에 가기 전에도 남자 계산원이면 뭔가 부끄러웠고 - 계산대에 다른 남자손님들이 내가 산 생리대를 본다는 것 자체가 싫고 부끄러웠었다.
그리고- 생리대를 본 계산원은 꼭, 검은봉투에 넣어서 주곤 했었다. 평소에는 안이 비치는 투명이나 흰색봉투였는데.
(사진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0ssP8T5Dnj0 )
- 고등학교때 수련회나, 대학교 MT를 갔는데 잠을 자다가 생리가 새서, 바지나 이불에 피가 묻으면, 얼굴이 생리혈처럼 새빨개져서는 어쩔줄 몰라하던 나를 포함한 많은 여자 친구들. 남자들이 이 '부끄러운 참사'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여자들끼리 힘을 모아 생리혈을 흘린 불쌍한 그녀를 도와줬던 기억이 많다.
생각해본다.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나면, 부끄러워서 숨기는지?
- 얼마 전 친구에게 들었던 어이없어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는, 생리대가 불편해 탐폰, 생리컵이용에 도전해보려는 친구에게 , 친구의 어머니가 반대하며 하신 말씀이다.
'처녀막이 손상될 수 있다', '질이 늘어난다.'
......
어처구니가 없는 팩트도 아닌 잘못된 착각이지만 혹여, 그렇다해도
처녀막이 없어지면, 질이 좀 늘어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나는지?
.
.
.
사실 남자들은 평생, 겪지 않아도 될 일이기에 생리에 대해 이렇고 저렇고 할 말도 없을 것이고 실제 내 경험상도 그들에게 무슨 말을 들은 건 없다.
다만, 생리를 부끄러워하고 숨기려는 건 이를 매번 겪는 여자들, 우리 자신들이었다.
한달에 5~7일, 평균 일년의 1/5은 생리를 하며 살아야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 생명을 잉태할 수 있다는 몸의 신호인데 왜 이렇게, 당당하지 못했는지?
왜, 인간의 편의를 위한 수많은 과학기술들이 발달하고 있을 때 생리대는 없었는지?
왜 우리나라는 무려. 1995년까지 tv에 생리대광고를 금지했는지?
라는 의문이, 나는 대학교를 졸업할때 쯤. 처음 들었었다.
그 전까진, 생리라는 존재는 스트레스이자 남자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것뿐이었다.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바뀌어야 할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 세대에서만큼은, 내 미래 자식들의 세대에서만큼은
여자들이 좀 더 자신의 몸에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 꼭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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