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며 그 사람을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의미인 배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관계에서의 갈등은, 이 배려가 없는/부족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오늘은 이 배려심에 대한 주제를 꺼내면서 그 중 사회적 논란과 분쟁이 심한 임산부배려석 문제를 예로 들어 풀어보려고 한다.
최근 친구가 '임산부배려석'에 대한 의견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은 그렇다 치고 입에 담기도 부끄럽고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는 이상한 신조어 욕설들과 비난, 인신공격 등이 가득한 댓글들이 수없이 달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자료출처-김영빈 페이스북 캡쳐)
이 주제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건 당연한데,
어떻게 비난/욕설 등이 가득할 수 있는 건지 내 머리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임산부배려석이라는 소재를 중점으로, 이를 포함하고 있는 개념인 '배려'라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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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지하철 안에는 노약자석뿐만 아니라 지하철 양 끝 자리에 핑크색으로 칠해진 임산부배려석이라는 것이 생겼다.
이전에 서울 쪽에 살았을 때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했는데 - 이 자리는 거의 항상 만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그 자리에 앉아가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임산부일 가능성이 없는, 남자들.
물론 이 중엔 여자들도 있었지만, 임신 초기에는 겉으로 봤을 때는 전혀 티가 나지 않고, 임신 가능 연령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테니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겠다. 이 배려석에 앉아가는 여성이 실제 임산부일지 아닐진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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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임산부배려석이 만들어진 이유는,
말 그대로 '약자인 임산부를 배려하자'라는 좋은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취지는 이해하지만 배려가 꼭 의무는 아니므로 반드시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그러니까 핑크색으로 눈에 선명하게 띄는 이 배려석이 전혀 임산부일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로 만석이지.
점점 삶이 팍팍해지면서 나 하나 신경쓰기도 힘든데 언제 남까지 신경쓰고 있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 배려는 내가 원해서 하고 싶으면 하는 선택이지, 의무는 아니잖아? 그런데 왜 배려를 하라말라 강요들이야?
- 나도 피곤하고 힘들어. 나도 정정당당하게 지하철 요금 내고 탔는데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앉아가는 게 , 비난받을 일인가?
- 사람으로 가득찬 지하철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임산부 배려하겠다고 자리를 비워두는 건 낭비아닌가?
- 앉아있다가 임산부를 발견하면 그 때 비켜주면 되지. 아 아니다, 임신 초기엔 티가 안나서 난 잘 모를테니까, 앉아 가고 싶은 그들이 와서
저 임산부니까 자리 좀 양보해주세요- 하면 되잖아 그럼 군말않고 비켜주겠다고.
- 설령 그 때 내가 양보해주지 않더라도 날 비난할 순 없어. 나도 피곤해서 앉아가고 싶었으니까. 내 배려는 그들의 권리가 아니잖아?
- 대중교통이 사람 많고 불편한 거 뻔히 알면서 양보 잘 못받는 거 알면서 왜 굳이 이용하는지.
내가 임산부였으면 아기 생각해서 택시나 자가용을 타겠다.
- 임산부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자신들이 가족계획 갖고 그 행위를 해서 나온 결과 아닌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자신이나 자신의 아내가, 혹은 여동생이나 누나가, 언니가, 친한 친구가, 어머니가 임산부인데 이런 말을 듣고, 이런 대우를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애초에 이런 배려석이 왜 생겼을까.
이렇게 배려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눈에 잘 띄게 핑크색으로 칠해놓고 배려합시다- 라는 문구를 크게 써놓아서라도 구분해놓은 것이다.
임산부가 다가와서 먼저 요구를 하면 안비켜줄 사람이 어디있겠냐는 논리를 가진 사람들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자리에 앉아서 이어폰 꽂은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뭔가 열심히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 임산부니 양보 부탁드려요~ 라는 말이 쉽게 떨어질까. 생전 처음보는 남에게. 그리고 양보를 받으면 모르지만, 또 어떤 비난조의 말이 되돌아올지 어떻게 아는가.
임산부면 대중교통 말고 택시나 자차를 이용하라는 사람들에겐,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그 논리를 가지고 있는 당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택시보다 편하기 때문인가요?
그리고, 임산부는 약자, 맞다.
자궁 속에 한 사람(최소)의 또 다른 생명을 품고 있어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예민하고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약자.
계획 하에 가진 아기이든 아니든 일단 이 사실만으로도 임산부는 보호받고 배려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가 맞다.
임산부배려석은 자신이 임산부가 아니라면 앉지 말고 비워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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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석, 장애인전용석과 같은 취지로 만들어진 임산부배려석일 텐데-
임산부는 '여자'이니까, 임산부배려석=여자를 위한 여자만을 위한 혜택.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이 문제의 본질인 배려에서 벗어나 여자들을 싸잡아 험담하는 사람들. .. 27년 살면서 한번도 밖에선 마주한 적도 만난 적도 없는데 평상시엔 가면 속에 가리고 다니는 것일까..?
이 문제가 남녀갈등문제로 변질되는 것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임산부는 그냥 여자가 아니라 생명을 품고 있는 어머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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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배려가 의무가 아닌 건 맞기에 국가에선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배려석이라고 구분해놓는 캠패인을 하면서라도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겠지.
그런데 사람들이 배려를 그들의 양심에만 맡겨두기엔 너무 사회가 엉망이면 국가가 개입할 것이다.
국가는 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까.
언제부턴가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면 과태료를 물게 된 것처럼 배려석에 앉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할지도.
( 사진출처-연합tv 영상캡쳐)
여기서 우리는 인간이니까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애초에 약자들을 이해하기는 커녕 비난, 조롱하는 이들에겐 이는 개똥같은 소리에 불과할 테니까.
그런데. 적어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법과 질서가 필요 없이 문명이 전혀 발달하지 않은 정글 한가운데 같은 곳에서 혼자 사는 게 아니라면,
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당신이 속한 사회가 제공하는 여러 혜택과 복지를 받으며 살고 있다면.
타인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배려가 필요없다면, 국가에선 소수 몇 %에 불과한 상위층에게만 신경 쓰지, 애초에 일반 서민들이 이용할 대중교통은 만들어서 관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복지정책도 마찬가지일 테다.
정말, 몇 몇 일부를 제외하고는 우리 모두는 어떤 부분에선 약자이다. 또는 약자일 수 있다. 또는 약자가 될 수 있다.
약자를 배려하자는데 이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위한 기본적인 배려는 그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차적으론 그 상황의 약자를 위한 것일 수 있을 테지만
결국 내가, 내 여자친구가, 내 가족이, 내 딸과 아들들이 살아갈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배려를 받는 사람은, 절대 그것이 자신이 권리라고 생각하고 당연시여기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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