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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동성애 반대/혐오에 대한 생각.

by Boribori:3 2017. 9. 6.

요즘 빠져있는 미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Orange is the new black.)

화장기없는 맨얼굴은 물론. 비싼 옷, 가방, 차 등 물질들이나- 수감 전 신분과 권력으로 자신을 치장할 수 없는

교도소 속에 성격도, 살아온 환경도 다른 사람들이 함께 복적대며 살아가며 펼쳐지는 스토리.

꾸밈없고 솔직하며 , 과장되지 않은 게 매력적인 드라마이다.

 

아직 시즌 1의 12화까지 보지 않아서 후기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어제 보면서 인상깊게 느꼈던 문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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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은 이렇다.

약혼녀가, 군대도 아니고 교도소에 가게 된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래리.

그런데 그녀가, 교도소 안에서 다른 여자와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너무 충격을 받고 허무해진 래리는 그녀의 남동생을 찾아가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는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 내 여자친구가 여자와 잤대.

- 그럼....뭐야. 다시 동성애자야? (래리 약혼녀의 전 애인은 여자였다.) 

잠시 침묵을 지키는 약혼녀의 남동생.

- 난 그냥... 그녀는 그녀일 뿐이라고 생각해. 누군가를 뭐라고 정의해버리면 안 돼.

                                

.. 래리의 남동생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일 뿐이라고.

물론 애인을 놔두고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하는 행위는 엄연한 바람이고 옳지 못한 일이다.

그런데 이 남동생이  전하고자 하는 말은 요점이 다르다. 내가 이 부분을 보면서 느낀바는 이렇다.

누군가를 한가지 측면만을 가지고 그 사람은 '무엇'이다라고 정의해버리고 편견을 가지지 말자는.

그 사람은 무엇이다, 에서 그 무엇이 그냥 지칭하는 정도일 뿐이어야지, 이를 가지고 그 사람을 폄하하지 말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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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씨와 말다툼을 했다.

이유는 요즘 뜨거운 감자인 동성애, 동성혼에 대한 개헌(합법화 방향으로의)에 대해서,

이는 말도 안 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반대를 했고 나는 그 반대에 동의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뭐, 개인의 생각과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논쟁이 불가피한 어떤 것에 대한 의견의 차이는 당연히 있을 수 있으니 계속 듣고 있었다.

그런데 정도가 너무 심했다.

그가 동성애에 반대한다며 말한 혐오하는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동성애는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을 거스르는 옳지 못한 일이다.

- 동성애는 '치료'해야하는 정신병이다.

- 동성애는 더럽고 문란하다. 동성애를 합법화시키면 세상의 질서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더러운 동성애자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A씨는 성경말씀을 중심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독실한 기독교인.

더 이상 듣고있을 수만은 없었던 나는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말은 같은 논리.

A씨의 발언 속 중심논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그렇다, 였다.

이는 비기독교인에겐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소위 그들이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치부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인인(교회도 잘 나가지 않고 '독실'하지는 않으나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선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나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너무 억지 논리 같았다.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말하면서 반대를 하고 의견을 표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유를 말해야하지 않을까?

또 다른 혐오를 부추기는 억지논리가 담긴 혐오를 내뱉지 말고.

 

'동성애는 더럽고 문란하다'?

동성애는 말 그대로 동성간의 사랑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더럽고 문란하다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동성간의 문란한 섹스만을 상상하는 것 같다.

이성애자 간의 섹스 역시 더럽고 문란할 수 있다. 간음, 문란한 섹스파티, 그리고 이로 인한 성병감염은-

동성애/이성애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문란하게 노는 사람들 일부의 문제다.

문란한 성생활을 하다가 성병에 걸린 이성애자가 많다고 이성애는 더럽고 문란하다-라고 말하나?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항문섹스->에이즈'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이성간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콘돔을 사용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에이즈 발병률로 치자면 레즈비언이 가장 낮다.

 

'군대 내 동성애?'

... 이 주장은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군 내에 동성애자가 있으면 이게 일파만파 퍼져 에이즈가 확산되고 군 기강이 무너진다...?

이 사람들은 군 기강이 무너지는 걸 문제삼는 건지 항문섹스를 문제삼는 건지 ,

아니면 군 내에서 지위가 높은 동성애자들이 강제 성행위를 요구해서 문제가 된다는 말일까?

그래서 동성애를 허용하면 내 아들도 위험하다는 거고.?

그건 동성애가 아니라 강간이다.

그럼 우리나라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보다 확률적으로 훨씬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군 내에서 서로 눈이 맞아서

성행위를 무차별적으로 해서 군 기강이 무너지게 될까? 

기강이 무너진다는 이유로, 섹스의 무차별적 확산을 막기위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여자는 군인으로 징집하지 않는 거고?

이 주장은 동성애를 욕하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군시스템을 욕하는게 아닐까 싶다.

 

'치료'?

대부분의 동성애자들 역시 이성애자처럼 태어나서부터 성적 지향이 그렇게 태어났다. 그런데 그들은 대다수의이성애자와는 달리  '성소수자'로서 그들에 대한 혐오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겪었다. 동성애자임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가족들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해 목숨을 끊는 성소수자들도 많다. 그들이 목숨을 끊기 전, 자신의 정체성을 '치료'하려는 노력은 해보지 않았을까.

동성애 치료가 가능했다면 아마 이 세상엔 동성애라는 존재가 없지 않았을까?

그럼 일부 기독교인들은 (A씨도 그랬다.) 이렇게 말한다.

'교회에 데려가서 하나님을 믿게 되면 치료가 될 수 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은 못하시는게 없다.'

..

정말 깊은, 정말 깊은 한숨이 나왔다.

기독교인들이 믿는 하나님말씀의 '하나님'은 말 그대로 기독교인들만 믿는 그들만의 신이다.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하나님과 예수님은 아무 의미도 없다.

그래서 하나님말씀에 따른 논리가지고, 이 '세속적'인 세상에서 무엇을 위한 법을 제정한다 같은 일에 반대한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믿는 그 종교를 더욱 우습게 보이는 것이지 않을까?

 

또한. 정교분리를 이유로 들며 종교인 과세를 주장할 거라면

교회 논리를 들며 정치에 끼어드는 것 역시 하지 말아야 되지 않나 싶다.

성경은 남을 제멋대로 판단하고 정죄하는 것이 죄라고 했다. 성경말씀을 근거로 동성애를 죄악이라 하고 동성애자들을 정죄하는 행위는

너무 모순된 행동 아닐까? 이웃을 포용하고 사랑하라는 성경말씀에서 이웃은 동성애자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나와있어서 그럴까?

정죄는 하나님께 맡겨두고 남을 비판하고 재단하며 손가락질하는데 에너지를 쏟을 시간에 자기자신을 좀 더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신이 믿는 신념을 남에게도 강요하는 건 옳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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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건 몰라도

특히 사람의 정체성과 대응되는 개념인 '성적 지향성'을 두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가치관으로선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자신의 가치관이긴 하지만 이를 사회의 질서와 정의를 위해서라 하며) 하며

부정하고 혐오하며 이를 다른 사람과 더 나아가 사회에 요구하는 것? 이것처럼 이기적인 행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정체성을 두고 내가 '옳다 그르다, 잘못되었다, 반대한다' 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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