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에게, 또는 이미 헤어져 남남이 되어버린 전 애인에게 행해지는 폭력.
데이트 폭력. 뉴스에도 가끔 나오지만 실제로 행해지는 일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신고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도 어딘가에선, 애인에게 폭행당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다른 많은 류의 폭력이 있지만, 연인에게 행해지는 폭력이 특히 안타깝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되는 이유는,
말 그대로 그 둘이 '연인'관계이다는 것이다.
연인은 ,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커져서 관계가 시작된다.
세상 누구보다 정신적, 신체적 교류가 많은 관계가 바로 연인. 자신을 낳아준 부모보다, 형제자매보다, 죽마고우들보다 훨씬 많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 연인.
누구보다 서로를 위해주고 사랑해주고 해야 할, 아니, 관계가 시작되었던 초기에는 분명히 그랬었을 이 연인들,
어쩌다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상대를 - 평생의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폭행하는 것일까.
왜.
대부분의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등의 피해자는 여성이다. 대부분의 살인사건의 희생자 역시 여성이다. 왜일까. 여성이 잘못해서?
아니, 어떤 이유가 있었다 해도 폭력을 정당화시키진 못할 테지만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이유는 물리적인 힘이 상대 남성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힘이 약한 상대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폭력은 어떤 이유가 되어서건 , 가학적인 학대이다.
힘이 비슷한 상대에게 행해지는 폭력이라면 상대도 같이 맞설 수 있겠지만 비교할 수 없이 힘 차이가 나는 경우엔 상대를 죽음의 공포까지 몰아넣을 수 있는, 아니- 실제로 몰아넣는 살인행위이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이번에 신당동 근처에서 남자가 여자를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cctv에 찍히고 이게 공개되어 세간에 화제가 된 사건은 우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증거자료가 남아서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지만, 연인 간에 일어나는 폭력사건은 대부분 실내에서 일어난다.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을 테고, 도망가기도 힘들 것이고 , 기절한다 해도 이를 보고 신고해 줄 사람도 없는 실내. 이런 가학적인 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은 수치심, 고통뿐만 아니라 정말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은 - 이를 신고하지 않는다.
이유는 다양하다. 아무래도 사랑하는/사랑했던 관계였기에 잘 타이르면 바뀔 수 있다는 생각,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하는게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 알려지기 부끄러운 일이라서 등.
이는 통계자료에 잡힌 폭력행위 건 수치보다 훨씬 많이, 자주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신고 해도, 연인 간의 사랑싸움으로 가볍게 생각하며 둘이서 잘 해결하라는 식으로 돌려보내는 경찰들이 많다고 하는데.
참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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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연인 간에 행해지는 데이트폭력에는 '폭행'만이 포함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데이트폭력.
-폭행 -폭언 -강간 -원치 않는 강요 -스토킹
강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원치 않는 섹스, 스킨십 강요 또한 상대가 무서움, 수치심을 느꼈다면 엄연한 데이트폭력이고,
이 뿐만 아니라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 연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 또한 데이트폭력이라고 생각한다.
'너 지금 어디야? 누구랑 있어? 당장 집으로 들어가.'
'걔네들 앞으로 만나지마. 싫어.' '옷차림이 그게 뭐야. 앞으로 그런 거 절대 입지마.'
'너가 걱정되니까 위치추적기 깔아야겠어. 괜찮지? 다 널 생각해서야.' '네가 걱정돼서 몰래 따라왔어.'
이렇게, 상대를 사랑하고 걱정되는 마음에서 하는 행동들, 말들 .
만약 이에 대해 상대가 불편함,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물론, 데이트폭력이 아니다.
또는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자신의 생각을 정중하게 설득하는 것도 폭력, 아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상대가 거부감, 불편함을 느껴서 싫은 기색을 비쳤을 때- 자신의 연애방식/가치관은 그렇다며 이를 강요한다면, 그것 역시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런 데이트폭력 당한 경험이 있어서 누구보다 그 수치심과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생각에 내가 의문을 제기하면 다짜고짜 화를 내고, 주위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고. 원치 않는 스킨십을, '사랑'이라는 이유로 강요당하고, 싫고 무서운데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성행위까지 강요당했었다.
그런데 그 때는 바보같게도 그가 날 그만큼 사랑하나보다- 하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많은 날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진짜 폭력이고 강간이었다.
헤어졌던 한 남성은 집 안까지 쫓아들어와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 이 때는 정말- 거부감이 들고 싫은 건 둘째치고, 잘못하면 이 사람이 날 해칠 수도 있겠구나, 라는 공포심이 무엇보다 컸었다. 다행히 그는 어떤 폭행도 휘두르지 않았지만, 그런 밀폐된 실내에 그의 존재 자체가 내게는 엄청난 스트레스, 공포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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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폭력'이 성립되는 건 눈으로 보이는 피해뿐만이 아니다. 상대가 거부감을 표시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한다거나 강요하는 것 역시 폭력이다.
연인 간의 데이트폭력이 일어난 후 꼭 가해자가 하는 말이, "사랑해서 그랬다." 이다.
사랑한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며. 그런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상대는, 자신의 소유욕을 채워주는 물건이 아니다.
피로 이어진 혈연관계인 부모와 자식 간에도 부모와 자식은 엄연히 다른 인격체이며 이를 서로가 존중해주어야 한다. 만나기 전까진 아예 평생을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연인은 두말할 것 없다.
부모/자식 간이든, 형제, 친구 사이든, 연인 관계든, '사랑'은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그런데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자신의 생각대로 옭아매려는 건 사랑이 절대 될 수 없다.
또한. 어느 무엇도, 특히 약자를 상대로 하는 폭력은 어떤 이유간에 용납될 수 없다.
혹시라도 상대 애인에게 이런 폭력을 당하고 있는데- 그게 그만의 사랑방식이라고 이해해보려는 바보같은 생각- 절대 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데이트폭력이 서로의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애인 사이의 폭력인 만큼,
이에 대한 처벌 수위를 훨씬 강화하고- 전과기록은 공개, 피해자 보호제도 등 관련 체계를 재정비했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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