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동안 누렇게- 죽은줄로만 알았던 잔디밭에서 연두빛 생명이 꿈틀거리고 올라온다.
여기 저기 하나 둘.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몽우리가 생기더니, 곳곳이 노랑, 분홍, 하양의 색들과 제각각의 향기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늘 거기 있었던 모르고 지나쳤던 그 나무가 맞는지.
어쩜 이렇게 때가 되면 꽃망울을 터뜨리는지.
산 속의 꽃나무들도 꽃을 피웠다.
멀리서 바라보니 산에 흰머리가 난 것 같아.
막 튀겨낸 팝콘처럼 팝팝.
그리고 벌써.
꽃들이 지고 있다.
한순간에 만개한 벚꽃들의 꽃잎은 바람 한 숨결에 파르르- 날아간다.
꽃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곧 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인가가 영원하다면 그 소중함을 잘 모를 것 같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가 생각나는 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
늘 곁에 있을 것 같은 가족들도, 친한 친구들도 시간이 흐르면 - 헤어져야 한다.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이생에서의 삶은, 수명이 정해져 있으니까.
조금 정을 붙이면 얼마 못 있어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꽤 오래 전이다.
익숙해질법 한데도, 우울하고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은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
지금 이렇게 예쁜 꽃이 일주일 후면 떨어져버리는 것처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좀 더 나이가 들면 익숙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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