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정말 우울한 날이었다. 금요일인데 우울이라니. 평소와 같지 않다.
이틀째 이어지는 생리통에 잠도 설치고 , 아침부터 우중충한 하늘에 비도 내리고.
그냥 특별한 이유없이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괜히 짜증도 나고, 그런데 이런 짜증을 잘못도 없는 누군가에게 낼 수도 없고 ,
인간은 정말 호르몬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 생명체인가보다.
이틀째 퇴근하고 나서 저녁만 빨리 먹고 진통제를 대충 입에 털어넣어 삼킨 뒤 바로 잠을 잤다.
그렇게 예뻐하던 토리랑도 놀아줄 수가 없었다.
아예 아침까지 푹 자면 좋으련만. 또 어중간한 밤에 일어났다.
그런데 사람 감정이란게 참 이상하지,
잠들기 전까지는 그렇게 우울하고 무기력했었는데
그래도 푹 자고 일어나니 피곤도 풀리고 그새 약이 제 일을 잘했는지 배아픈 것도 사라졌다.
그러니 단숨에 기분이 좋아지대,
오늘이 직장인들에겐 그토록 소중한 금요일이고 내일은 맘껏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이 - 아까까지만 해도 그래서 뭐? 였는데 몇시간 후인 지금은.. 엄청난 행복감으로 바뀌었다.
. 정확히 뭘 해야할 지 알 것 같았다.
일주일 전 어린이날 기념이라는 어이없는 명분하에
내게 준 선물 - 해리포터 원서 전시리즈-를 읽어야한다.
사고 나서 이쁜 표지에 만족하며 언젠가는 꼭 다 읽어야지! 하고 마음먹었었는데 지금까지 한페이지도 펴보지도 않았었는데. 지금 딱 그순간이다.
사고나서 정말 뿌듯했던 선물.
다 읽고 말거야!!
책을 준비하고, 냉장고를 열어 몇개월 전 스페인 여행을 갔다가 산, 아몬드초콜렛을 꺼내어 어드득 어드득 씹어먹으며 무알콜맥주 캔뚜껑을 땄다.
읽고 싶은 책이 눈앞에 책장을 열어달라고 준비되어있고 초콜렛과 맥주가 함께하고 있다니.
분명 무알콜, 알코올 함량이 0퍼센트인데 이 기분좋은 행복감에 살짝 어지러운 것 같았다.
좋아.
나라는 사람은 정말 , 알 수가 없다.
이 어이없는 갑작스레 찾아온 행복한 이 순간을 여기 기록해뒀다가 다음에 우울할 때 봐야겠다.
^.^
우울할 때는
잠을 푹 자고 일어나 땡기는 음식을 먹으며 평소 읽고싶었던 책이나 보고싶었던 영화를 보자.
이제 해리포터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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