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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싱글라이더 후기: 놓치기 쉬운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by Boribori:3 2017. 3. 12.

싱글라이더 


영화관에서 영화가 보고 싶어서 계획없이 무작정 가장 가까운 영화관에가서

 

가장 가까운 시간대의 영화를 선택했다.


10분 후 상영하는 '싱글라이더'였다.


줄거리나  장르도 모르고 .





결론은 대만족.


근데, 영화의 '재미'나 '흥행성'을 기대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싱글라이더는 요즘 차고 넘치는 관객수에만 초점을 맞춘 상업영화가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잔잔하나 묵직한 여운이 남는 영화이다. 심지어 배우들의 대사도 별로 없다.


주인공 강재훈(이병헌 분)의 여러 색깔의 무표정으로, 철저히 강재훈의 시선에서


내용이 전개된다.




<줄거리>


강재훈은 남부러울 것 없는 번듯하고 안정된(그럴줄만 알았던) 직장인 한 증권회사에의 지점장이었다.


아내와 아들은 영어를 배워오라며 호주로 떠나보낸 자신이 나서서 기러기 아빠가 된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러다 회사의 부실채권 사건으로 순식간에 실직자가 된 강재훈.


가족도, 친구도, 직장도 모든 것이 없어졌다.


그리고 재훈은, 호주에 있는 아내와 자식을 보러 떠난다. 


찾아가게 된, 호주에서의 아내는, 재훈이 여태까지 알았던 모습과는 너무 달랐고. 그 공간에 자신이 설 자리는 없어보인다.


재훈은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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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는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며 물질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람 같다.

그러니, 싫고 무섭다는 아내를, 어린 아들과 함께 먼 땅 호주로 보내버리지. 

최소한 영어는 할 줄 알아야 경제적 우위에 설 수 있다면서.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그 땅에서 아내와 아들은 참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그러나 영화는 재훈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만큼, 힘들었을 아내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재훈이 호주로 충동적으로 가 그녀를 몰래 관찰했을 때의 모습만 보여준다.


이웃집 남자(크리스)를 집에 들이며 하하호호 아무 걱정 없이 해맑게 웃는 모습, 담배꽁초로 가득찬 재떨이.

그리고 그 남자는 자기 딸아이를 참 자주 데려와 , 마치 '가족'처럼 왔다갔다 거린다.


 2년동안 재훈은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며 떨어져있는 아내에게 돈을 보내주며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

가족을 위해 미치도록 정신없이 일만 했는데

아내는 이렇게 외간남자와 히히덕거리며 잘먹고 잘살고 있었다니. 


그러나 재훈은 아내 수진과 아들 앞에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지 못하고 그 주위만 서성인다.

아마, 경제력이 사라져버린 자신이 비참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라는 아내의 집에 쉴새없이 들락날락 거리는 그 남자의 뒤를 따라나선다.

어떤 사람인지, 도대체 뭘하는 놈인지 궁금했을 테다.

아마 재훈 '번듯한 직장'에 다닐 거라 생각했나 보다. 크리스가 다리건설현장에서 작업복과 안전모 쓰고 일하는

노동자 였다는 사실을 알고서 변화하는 표정이 말해줬다. 그 모습에 허무함을 느꼈는지

그를 더 이상 쫓지 않고  다리난간에 기대어 지나다니는 차들을 내려다본다. 그러니, 다가오는 크리스의 동료 중 하나.

그는 자신의 직업에 (재훈은 하찮게 생각했었던 것 같은)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재훈은 이렇게 가족을 만나러 호주까지 가서, 그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고 주위만을 서성이며

한국에선 자신과 아이만을 위해 집안에 머무르며 자신의 삶을 헌신한 아내가, 주체적으로 자신이 하고싶었던 일을 

해나가려는 모습. 그리고 크리스가 자신과는 달리, 아이들(크리스의 아이와 자신의 아들)과 잘 놀아주는 모습. 을 보며

계속 외롭게 주변만 배회하게 된다. 


이 영화는 정말 대사가 별로 없다. 외로운 재훈이 아내를 몰래 관찰하는 것이 주 내용이니 그럴 수 밖에.


이병헌은 참 , 대사 하나 없이 힘들고 지친 가장의 무거운 어깨와 공허함. 외로움을 잘 표현했다.

현대 사회에서 아등바등 참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나라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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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반전'포인트이다.

영화 중반 즈음,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오며 재훈과 마주치게 되는 소녀 지나(안소희 분)에 대한 내용이 있다.

2년간의 워홀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나 농장일을 하며 모았던 돈을 빼앗기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재훈을 만나게 된 지나. 그리고 그런 지나를 돕게 되는 재훈.


사실 이 둘의 만남은 나중에 영화의 반전을 연결시키게 되는 고리가 된다.

그런데, 굳이 반전을 넣지 않어도 될 것 같은데, 이걸 넣느라 연결고리와 복선을 까느라

좀 더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을 부분이 울퉁 불퉁~ 되었던 것 같다. 

별로 나오지도 않는 지나얘기는 차라리 빼고 재훈과 수진의 이야기를 더 넣었으면 좋았을텐데.


억지로 반전을 우겨넣은 느낌이었다. (반전 자체도 사실 나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ㅋ)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그 꽃'



영화 오프닝 나온 시가, 영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니 이해가 됐다.

앞만 바라보며 바쁘게 달려가다보면 놓칠 수 있든 소중한 것들.    

그러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으며 평생을 후회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잔잔히 전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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