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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안희정 김지은: 성폭행? 불륜? 마녀사냥은 그만.

by Boribori:3 2018. 8. 23.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이하 안희정)의 수행비서 김지은(이하 김지은)의 서로 반대되는 주장,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김지은: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다

(위력: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형적/무형적 힘. 폭행, 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이용한 것도 위력)

-안희정: 합의하에 가진 성관계였다.

상반된 이 주장들은, 국민들의 분열도 함께 일으켰다.

' 그저 불륜에 불과하다 , / 무슨 소리냐. 명백한 성폭행이다. '

 

그리고.. 

법원은 지난 8월 14일, 1심 재판에서 위계,위력을 이용한 비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을 '무죄'라 선고하였다. 

무죄 판단 이유는 '피해자 김지은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으로 보기 힘들다.' 였다.

 

....성폭력/성폭행은 주위 목격자나 cctv등이 있을 수 있는 밖에서 일어나지 않은 이상,

개인적인 공간에서 일어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일부러 따로 녹취 등을 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진술만이 정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된다.

성인은 누구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성적인 스킨십을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데

상대의 의사를 무시하지 않고 행하면 범죄가 될 수 있다.

폭력이나 협박으로 상대를 위협하여 행하는 것은 물론

아무리 부부사이라도, 상대가 싫다는 의사를 표했는데도 자신의 물리적 힘을 이용해 강제로 행하는 것도 명백한 범죄이다.

 

그런데 이번 안희정사건은 쉽게 판단할 수가 없다.

일단 안희정은 결혼하여 아내와 자녀까지 있는 유부남인 신분에, 수행비서와의 성관계를 인정하였으니 일부일처제인 우리나라에선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2015년에  간통죄가 폐지되었으니 법적으론 죄가 아니겠지만.

그런데 둘이 주고받은 메시지나 여러가지 정황들로 ,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볼 땐, 분명 합의하에 관계를 가진 것 같아 보인다.

둘 모두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30대 이상인 성인이고 그렇다고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것도, 술이나 약물에 취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그러나 김지은은 안희정의 수행비서였다.

업무상으로 수직구조인 상하관계.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은 알 테지만

이러한 상황에선 상사의 지시가 비합리적이고 말도 안 되더라도,

이에 따르지 않으면 앞으로의 직장생활이 더욱 힘들어지거나 어렵게 얻은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시를 따르는 경우가 매우 많다.

 

또한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 자신을 말 한마디로 해고시킬수 있는 위치에 있는 상사를 두고

원하지 않는 추행을 당하면서도 주변에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

그 상사가 잘리면 다행인데 반대로 내가 잘리든가 혹은 둘 다 아니라서 앞으로 계속 봐야 하는 관계가 유지될 테니까.

게다가 바닥이 좁아서 소문이 잘못 나면 이직도 불가능한 상황이고 그 일자리에 꿈이나 생계가 걸린 사람이라면 .

 

그런데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과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서로 연애감정이 생기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도덕적 잣대를 제외하면 성인남녀이면 이러한 감정이 육체적 관계로 발전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당연히 합의하에 했던 거라고 생각했던 관계를 상대측이 자긴 아니었다고 당했던 거라고 세상에 말해 버린다면.

위력에 의한 .

 

정말 애매하고 명확하게 기준을 세우기 힘든 게 성폭력 관련 혐의인 것 같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음성, 영상파일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인지, 합의하에 했던 성관계였는데 김지은의 변심으로 무고된 건지는 아직 확실하진 않으나

팩트는 안희정은 아내를 두고 겉으로는 평온하게 결혼생활을 유지했으면서 자신을 보위하던 수행비서와 성관계를 수차례 했다는 것.

그럼에도, 안희정은 도덕적으로 죄인은 맞지만, 아직 법적으로 '죄인'도, '가해자'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김지은도 '피해자'가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제일 피해를 많이 입은 사람은 안희정의 아내이겠지.)

 

이렇게 객관적 증거가 없어 피해자나 가해자, 관련자의 진술로만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이번같은 경우엔

어떤 것이 팩트인지 가려지지도 않았는데 마치 한 쪽의 진술이 사실인 것인 양 무작정 보도해버리는 언론의 행위는 분명 잘못되었다.

 

이번 안희정 사건이 지금처럼 공론화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

JTBC라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언론에서 김지은의 의견만을 단독보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JTBC는 아직 확실한 피해자가 아니나, '피해자'처럼 보이는 김지은의 입장에서만 기사를 썼다.

사실 나 역시 손석희 앵커의 팬이기도 하고 내가 싫어하는 조중동과는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언젠가부터 이 언론의 기사들을 많이 보고, 다른 언론들에 비해 더욱 신뢰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 김지은을 단독 인터뷰하는 뉴스가 나갔을 땐 - 

TV속 김지은이 하는 말들에, 그녀가 겪었던 아픔(?)에 엄청난 분노와 -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의 공감도 했었다.

 

그런데 한발짝 떨어져 보니 지금 이 모습은 내가 그토록 욕했었던 조중동의 한쪽 편들기 행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아직 무엇이 사실인지 밝혀지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언론은,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말이다.

약자나 피해자의 편에 서는 것은 좋으나 이를 보도하기 전, 그들의 주장을 먼저 검증하고 팩트확인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한쪽 주장만을 듣고 사실인 양 편견을 갖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이번 안희정, 김지은 둘 사이 공방의 요점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었는지의 여부인데

이 위력의 인정요건을 다시 재정비해야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번 판결이 어찌 나오든, 진짜 피해자들의 미투운동의 본질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

또한- 현재의 성폭력 유무죄를 판단할 근거가 되는 '법'역시 시대상황에 맞추어 개선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희정 사건이 이번에 이슈화 되었을 뿐이지, 사실 오래 전부터 직장 내 성범죄는 아주 만연해있었다.

다만, 자신의 해고권을 손에 쥐고 있는 상사에게 대항하기가 힘들었을 뿐이지.

가해자에게 '무죄'선언이 되면 이후의 모든 2, 3차 피해가 더 배가 되어 돌아올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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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 현직 검사 서지현씨에 의해 크게 퍼진 미투 운동.

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현직 검사도 , 장례식장이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성추행을 당해 놓고 그 자리에서 저항하지 못했다.

그가 남자이고, 서지현씨가 여자여서가 아니라 상대가 선배 검사였기 때문이다.

 

자꾸 이러한 사건을 피해자를 여자로, 가해자를 남자로 두는 남녀대결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본질을 흐리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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