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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죽은 닭을 보면서

by Boribori:3 2018. 5. 31.

 아침에 일어나니 마당에 닭 한마리가 죽어있었다.

고양이나 개에게 물어뜯겨 죽었는지 목은 꺾여있고 깃털도 많이 뽑혀있었고 내장들도 튀어나와 있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서 모이를 먹으며 꼬꼬거리며 돌아다녔을 닭.

죽으니 온기도, 목소리도, 움직임도 없어지고, 덩그러니 몸만 남아있다.

 

조금 충격을 받고 징그럽기도 해 치우지 않고 가만히 그 자리에 내버려두었다.

얼마 후 다시 그 자리에 가보니 어떻게 알았는지 죽은 닭 주위에 파리들이 날아다니고 

개미들이 잔뜩 떼를 지어 닭의 살점을 물어뜯고 있었다.

 

죽은 시체 특유의 역한 냄새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살아있을 땐 제 기능을 했던 장기들이 죽음으로 인해 이를 멈추고 생물으로서의 항상성 유지기능이 깨지니,

곧바로 썩어버리기 시작하는구나.

살점은 작은 동물들의 밥이 되고 남은 찌꺼기들은 곧 땅의 거름이 되어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구나.

 

처참한 닭의 주검을 열렬히 환영하는 개미들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죽으면 지금 이 육신, 지금 내가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모두 아무 쓰잘데기 없구나.

 

이 물려죽은 닭처럼 하루 아침에 ,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게 된다면

그때 나는 어떻게 될까.

죽음 이후의 세상은 어떨까.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죽음 이후에 또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걸 믿는다.

그치만... 역시 지금은 지금에 최선을 다해야겠지.

살아있는 지금 선하게 후회없이 살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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