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 여름 가을 겨울

봄비 내리는 식목일. 딸기 심기.

by Boribori:3 2018. 4. 7.

식목일.

무언가를 땅에 심고 싶어서 뭘 심을지도 모른 채 무작정 시장에 갔다.

한번도 산 적은 없었지만 묘목들과 모종들을 파는 것을 언젠가 스쳐지나가면서 봤던 기억 때문이다.

어제는 장날이 아니라, 시장이 열리지 않았는데-

씨앗과 기본 농기구를 파는 작은 가게는 다행히 영업을 하고 있었다.

 

씨앗은 가게 아저씨 추천을 받아 금방금방 자라 키우기도 쉽고 맛도 있다는 찰옥수수 씨앗을 샀고

모종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딸기를 샀다.

 

그렇게 딸기를 좋아하면서

왜 여태 딸기를 심을 생각은 못했을까?

 

우리집은 마당이 있어 웬만한 채소들은 모두 직접 키워서 때가 되면 뜯어먹는다.

근데 늘 그 작업은 늘 부모님이 하셨고 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딸기를 직접 심으면서 - 왜 사람이 살아 숨쉬는 자연 속에 있으면 치유가 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봄비 맞아 촉촉한 습기를 머금은 흙을 파고 만지니 흙냄새가 올라왔다.

그리고 그 흙속에선 지렁이와 굼벵이들이 나왔다.

어떤 곤충의 유충일까? 웅크리고 있는게 귀엽다. 곧 있으면 허물을 벗고 땅 위로 나오겠지

 

작은 딸기열매가 달린 딸기 모종

갑갑한 화분 속에서 자란 딸기 씨앗. 엄청 갑갑했을 것 같다.

이제 두 발 아니 뿌리를 쭉쭉 뻗으며 걱정없이 자라렴.

 

늘 땅 위로 자라 나온 것들만 보다가

흙 속에 파묻인 뿌리를 보니 식물들도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일하는구나- 느껴졌다.

 

딸기 모종 3개를 심고 돌로 구분을 지어놨는데..

이게 이렇게 뿌듯할 수가.

 

흙을 만지고 다독이고 하는 과정이 이렇게 기분이 좋아질지 몰랐다.

.

.

 

봄비가 내리니 엄청난 속도로 자라나는 이름모르는 잡초들.

심지도 않앗는데 얘네는 어쩜 이렇게 번식력이 좋은지, 신기하다.

얘네에겐 미안하지만.. 이번 주말에 날잡아 한번 다 뽑아내고 채소들을 더 심어야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 중 하나인 민들레들도.

민들레 홀씨들이 한 곳에 무더기로 착륙햇는지 옹기종기 모여자란다.

얘네는 예쁘니까 뽑지 말아야지.

 

비가 내려 우중중한 식목일, 변덕 심한 내 기분도 우중충했었는데-

텃밭에서 이렇게 위로받을지 몰랐다.

 

식목일이라고 지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볼까 했었는데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다니.

 

고마운 흙. 풀. 꽃. 비.

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