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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있을 때 잘한다는 것.

by Boribori:3 2017. 11. 13.

할머니와 함께 걸으려면 내 평소 걸음걸이보다 4배는 더 천천히 걸어야한다.

계단.
계단이 있으면 한걸음, 내딛고 잠시 쉬다 또 한걸음.   계단 한칸한칸을 연이어 걸을 수 없다.
내리막길.
할머니는 조금(정말 조금이었다) 경사가 진 내리막길로 가는 걸 피하시고 빙 돌아가야하는 그나마 경사가 덜 진 길로 걸어가셨다.

 종종 걷던 길이나 걸음이 느리신 할머니의 손을 잡고 천천히 한걸음 두걸음 걸으니 그동안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경사진 내리막길, 경사진 계단길이 장애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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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 도착하자 곧 셔틀버스가 왔다.
혼자 걸었더라면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그 짧은 거리가 할머니의 걸음걸이에 맞춰 걸으니 험하고 길게 느껴졌다.
 할머닌 버스에 오르는 것도 느리셨다.

내 손을 꼬옥 쥐고 한 걸음 한 걸음.
 

할머니 손. 자식들을 키워내신 손.
마디마디가 두껍고 주름져있다. 한 땐 누구못지 않게 고우셨던.
못생긴 손 뭣하러 보냐고 부끄러워하시는 할머니.

늙더라도 자식들이 걱정 안 해도 되게, 병원 가서 돈쓸 일 없게,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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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보지 않으면 ,
함께 지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겉으로만 이해하는 척.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ㅡ 그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잘하자.
잘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누군가에겐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함께 밥을 먹는 것.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ㅡ이 정말 고맙고 행복한 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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