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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이천 호국원, 보고싶고 그리운 사람.

by Boribori:3 2017. 12. 17.

2017년 12월 16일.

 

우리 외할아버지 돌아가신지 5년째 되는 날.

 

 

부모님과 할아버지 뵈러 갔다 왔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국립 호국원.

 

차에서 내리니 눈이 시리도록 맑고 푸르렀던 하늘과 차가운 공기가 반겨주었다.

 

정말, 구름 한점 없이 푸르렀던 하늘.

 

 

 

 

 

 

할아버지 돌아가시던 해, 이곳에 왔을 땐 그렇게 눈물을 멈출수가 없이 슬프고 가슴이 아려서 미칠 것 같았는데.

 

5년이나 지난 지금은, 슬프지 않고, 오히려 기분이 좋았었다.

오랜만에 할아버지 육신이 놓여있는 곳에 온다 생각하니.

 

 

 

 

차에서 내려, 국화 꽃다발을 사고 할아버지 계신 곳으로 천천히 걸어올라갔다.

 

 

수많은 참전 용사들의 뼈가 묻혀있는 곳.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행위같다.

일으키는건 지도자가, 희생은 국민들이.

 

 

 

할아버지.

사진을 보는 순간, 울음이 나왔다.

 

너무 보고싶어서,

할아버지 목소리가, 할아버지랑 함께 있었을 때가 너무 생생히 생각나고 그리워서.

 

너구리라면만 고집하셨던 할아버지가,

단팥빵을 좋아하셨던 할아버지가,

마당에서 담배를 그렇게 자주 피우셔서 할머니께 핀잔을 듣곤했던 할아버지가,

너무너무 보고싶어서.

 

 

 

 

육군하사,로 6.25전쟁에 참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살아계셨을 땐, 나한테 그렇게- 6.25 이야기를 하셨었다.

명절날 할아버지댁 갈때마다. 자리에 앉혀놓고선, 저번 명절때 하셨던 말씀, 또하시고- 또하시고 하셨었다.

그때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는지 - 그런데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근데, 그때는 매번 반복되는 똑같은 말들이 귀찮았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말씀 시작하려 하시면 핑계를 대고 도망가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 목소리가 왜 이리 그리운지.

 

 

죽은사람은 가슴에 묻는다는 것이 이런건가 보다.

그래도 감사했다.

 

나는 최소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라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늘 노력하지만 또 쉽게 잊고마는,

내 소중한 사람들이 내 곁에 있을 때, 잘하자고 다시한번 다짐한다.

죽은 사람은, 이생을 떠난 사람은, 내가 죽기 전엔 다시는 만날 수가. 잘해줄 수가 없다.

 

그게 제일 한이 되는 것 같다.

 

그때 좀 더 잘할걸.

 

 

 

 

 

 

 

 

 

 

 

 

자랑스러운 , 보고싶은 우리 할아버지.

열심히 살다가 갈테니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고 계세요.

그리고 만나요 우리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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