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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서점의 몰락, 대형서점의 활개.

by Boribori:3 2017. 9. 18.

 

친구들과의 약속 시간에 3시간 정도 일찍 나가, 서점에 들렸다.

터미널 안에 있는 대형서점, 영풍문고.

 

 

크기도, 터미널 내에 있는 가게들 중 가장 크다.  책뿐만이 아니라 문구/팬시류, 전자제품 등 각가지 물건들을 팔고 있고,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게 책 읽는 공간도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서점 안에 까페가 있는 곳도 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등 이런 대형서점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쾌적한 환경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유도한다.

예전엔 서점에 가면 책 특유의 책 향기가 났었는데, 요즘에는 서점 내에서 팔고 있는 디퓨져나 방향제 같은 인공향수냄새가 가득하다.

 

 

 

이렇게 대형서점들이 큰 자본력을 이용해 서점 내에 대형의 테이블과 의자를 제공하며,

책을 사지 않고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도서관같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데 굳이 작은 서점에 가려고 할까.

동네에는 점점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뭐, 작은 중소기업들이나 영세상인들이 대기업의 자본력과 유통력에 무너져내려왔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는 서점뿐만의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책'이라는 작가의 피와 땀이 어린 결실의 , 지식과 지혜의 통로를 다루는 서점, 이기에 좀 더 마음이 아프고 찝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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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메트로신문)

 

 실제로 대형서점에 가도 사람들은 그들이 제공하는 테이블이나 쇼파에서 마음껏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내면서도 대부분은 그 책을 실제로 구매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왜 대형서점에서 이런 환경을 제공할까? 바보가 아닌 이상.

..

교보문고, 영풍문고 같은 곳들은 오프라인 서점뿐만이 아니라 온라인 서점이라는 더 거대한 유통망이 있다.

그리고 그곳은 10%라는 할인까지 해주고 어떤 책들은 이벤트인가 뭔가 해서 더 큰 할인을 해준다. 또한, 온라인서점을 이용하면 같은 책 중에 새 것같은 중고책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 더 싼 값에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이 넓어진다. 로그인하여 주문하기 때문에 적립금도 쌓이고, 사은품도 받고.

즉, 고객들은 책을 좀 읽고, 사고싶은 책이 있다면 오프라인이 아니라 점찍어뒀다가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는 것.

 

또한 ,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장점을 미끼로, 거의 서점 내 공간의 절반은 차지하는 것 같은 문구, 팬시류나 기타 잡다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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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형서점에 가면 안타까운 현실을 하나 더 볼 수 있다.

바로, 대한민국 시민들의 이기적인 모습이다.

책을 읽는 고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말 비매너적인 행동들. 오늘, 영풍문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침을 손가락에 묻혀 책장을 넘기는 행위

- 엄연한 작가의 저작권이 있는 책장 하나하나를 '촬영'하며 사진으로 담아가는 행위 / 책의 내용을 필사하는 사람

- 서점이 제공하는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기는 커녕 노트북을 켜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

- 책을 넘기며 책장을 쫙쫙 편다거나 가운데 부분을 손으로 꾹꾹 짓이겨 새책을 헌책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사람

 

 

.... 정말 형편없는 시민의식이다.

자신의 책을 다른 사람이 그렇게 읽으면 기분이 좋을까?.

 

또한, 예전엔 서점에 가면 새로나온 책이나, 여러 책들을 '편견'없이 '내가 선택'해서 고를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하도 광고가 많아지고 '베스트셀러'라는 매대가 차지하는 공간이 워낙 커지고, 눈에 띄어서 저절로 고객들을

베스트셀러 매대에 위치한 책들을 사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들이 어떻게 베스트셀러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혹시 , 돈을 주는만큼 베스트셀러 매대나 눈에 띄이는 매대같은 곳에 올려놔주는 것은 아닌지.

 

 

나 역시 이런 서점의 문화공간들을 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의 입장이지만, 이런 서점의 변화가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대형서점들이 독점해버리며 ,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자본을 굴리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 같은 찝찝함.

그들이 던져주는 먹이대로 책을 구매하고 소비하며 , 많은 작가들과 출판사들을 죽어가게 하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

예전 작은 동네들의 작은 서점들에서 나는 사람 향기와 책 향기에 대한 그리움.

 

그 때 그 서점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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