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
어디 따로 안놀러가고 여유로운 황금연휴 .
오늘부터 시작된 19대 대통령선거, 소중한 투표의 권리 행사하고, 영화 한편 보러갔다.
따뜻한 봄바람이 기분이 좋았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역시 내용도 모르고 가장 가까운 시간대의 영화를 예약.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봤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보안관.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부산 기장으로 낙향한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 분)는 온갖 오지랖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며 그 지역 보안관 역할을 한다.
그러다 5년 전, 형사였을 시절에 만난 전과범이었으나 청국장이라는 아이템으로 엄청나게 성공한 사업가 종진(조진웅 분)을 만난다.
종진은 대호의 동네에 비치타운을 건설한다고 하며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하고, 5년 전 대호가 자신이 수감되기 전 먹여보낸 순대국의 따뜻함을 잊을수가 없다며 대호를 무지 따르고 형님으로 모시려 한다. 그러나 대호는 전과자 신분에다가, 몇년만에 청국장 하나로 빌딩도 몇 채나 지닌 엄청난 성공한 종진을 수상하게 생각한다. 특히 그 시기에 마약 필로폰 밀매가 심해지는 것도 수상.
그래서 종진을 수사하기 시작하나, 마을 사람들을 포함한 자신의 오랜 친구들도 돈도 많고 착해 보이는, 자수성가한 세련된 사업가 종진의
편인 것 같고.... 그래도 대호는 자신의 감을 믿고 끈질기고 집요하게 수사를 계속한다.
이런 내용.
역시 줄거리만 보면,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뻔한 내용이다.
그런데- 배우들이 살렸다.
미생에서 오과장 역을 맡으며 정말 인상깊게 보았던 이성민 배우와
그리고 응답하라1988, 이웃사람, 은밀하게 위대하게, 군도 등을 보며 어떤 역할이나 소화해 낼 수 있는 김성균 배우.
한번도 출연한 작품을 본 적은 없었지만 연기력 좋은 배우라고 많이 들었던 조진웅,
도깨비에서 깔끔하고 정감가는 비서연기가 인상깊었던 조우진 배우.
이 네분들 말고도, 처음 보는 배우들도 각자의 캐릭터 연기를 너무 잘 살려주셔서 뻔한 스토리의 영화가
지루하지 않고 그 115분이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다.
정말 즐겁고 유쾌한 히어로물.
히어로물 하면 생각나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한국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특유의 정감가는 사투리와 바닷가 지역 시골의 활기차면서도 짠기가 올라오는 듯한 분위기-
너무 너무 잘살렸다.
그리고 이 영화는 대부분의 씬에 나오는 배우들이 전부- 남자이다.
(대호의 고향친구들.)
형사들, 형사였다 낙향한 보안관 행세하는 대호, 대호의 고향친구들, 사업가 종진, 마약밀수자들, ..
그런데 멋지고 잘생긴 배우들이 자신들의 멋짐을 뽐내는 여느 영화나 드라마같지 않고
시골 마을에 가면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가정, 이웃, 동네친구들, 동네 아재들.
정말 '평범한' 외모와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그려나가는 영화라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자배우들 속에서 빛나는 여자배우 한명은 대호의 아내로 나오는 김혜은씨였다.
실직하고, 자기 일도, 가족 일도 아닌데 진짜 자기일처럼 동네의 이런저런 일들에 끼어드는 슈퍼 오지라퍼 남편을,
등짝을 때려가면서도 늘 따뜻한 밥을 챙겨주며- 끝까지 챙기는 아내의 모습. 대호의 , 서로 집구석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아는 사이인, 소위 '불알친구'인 친구들마저도 대호를 믿지 못하고 등을 돌릴 때에도 대호 곁에 있어주는 아내.
화장기 없는 얼굴의 (노메이크업을 위한 메이크업이었을지도.) 현실 주부, 아내같은 모습을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너무 잘 그려내셨다. 내가 남자라면 저런 여자와 결혼하고 싶을 것 같았다.
김혜은씨는 평소엔 고급스럽고 깔끔한 도시여성같은 차가운 이미지?로 기억했는데 이런 역할도 너무 잘 소화해내셔서 놀랐다.
나는 연기를 정말 못해서..(포커페이스가 안되어서 곤란한 적도 많았다.) 이렇게 작품마다 다른 사람인 것 처럼 다른 얼굴로 연기를 해내는 배우들이 너무 신기하고 부럽다.
어쨌든, 보안관.
가족들과 여유로운 연휴를 즐기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정말 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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