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 여름 가을 겨울

목포 여행: 가을 갑오징어 선상낚시 도전후기

by Boribori:3 2022. 11. 27.

약 한달 전 . 이번엔 친구들과 목포에서 만나기로 했다. 날 좋은 10월에 여행 한번 가자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내가 주말마다 약속이 있었고 10월 말엔 일요일날 목포에 친구 결혼식을 가야한다고 하니 목적지를 아예 목포로 잡아버렸다!!
"토요일날 놀고 일욜날 결혼식 잠깐 다녀와서 또 놀자~"
그리고 목포에서 만나 뭐할지 생각하다, 영화언니의 제안과 친구들의 대찬성으로 오징어 밤낚시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주 어릴 적 아빠따라 강가나 바닷가 낚시 갔다온 거 빼고 성인이 되어 내 의지로 자진해서 낚시에 다녀온 건 이번이 두번째였다.
3년 전 통영 욕지도로, 친구 따라 가본 적도 있었는데 단 한마리도 잡지 못해 흥미를 상실하고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오게 되었다. ^^*

나 빼고 하는 거 추천한다 했지만 결국 같이 하게됨


서울, 수원, 동탄에서 아침일찍 기차타고 날아온 친구들을 목포역에서 픽업했다. (우리의 5년째 장거리 우애..대단해!!)
고작 1박2일인데 뭐 이리 짐들이 많나요!!!ㅋㅋㅋㅋㅋ

아점으로 간단히 뜨끈뜨끈한 쫄복탕을 먹으며 누구는 해장을, 누구는 식사를 즐겼다.
조선쫄복탕 !! 목포올때마다 들리는 곳인데(사실 살면서 목포 딱 2번 가봄) 너무 맛나다 ..
다음에 오면 꼭 미나리 추가해서 먹어야지

쫄복탕 너무 맛있음.



.
.
사실 우리의 이번 목포여행은 계획이 다 정해져있었다.

저 일정에서 케이블카 빼고 다 함


낚시가기 전까지 배를 든든하게 채우기 위해 쫄복탕 먹고 무화과빙수랑 샹그리아 먹고 게살비빔밥 먹고 먹고 또 먹고~의 일정이었다.
역시 여행은 식도락
게다가 해산물 좋아하는 우리 다섯에겐 바다 옆 자리한 목포는 최고였다.

게살비빔밥 / 오후2시에 배 별로 안고픈채로 갔는데도 싹싹 긁어먹었따

장터식당 게살비빔밥은,, 왜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지 알 것 같았다 ㅠㅠ
오후2시에 배 별로 고프지 않은 상태로 갔는데도 밥 한그릇 뚝딲 다 비우고 나왔다. 간이 자극적이지 않고 게살도 싱싱하고 고소해 넘 행복했음


아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제부터 낚시 다녀온 본론으로 넘어간다

#독배 VS 큰 배?
먼저 배 위에서 하는 선상낚시니까 어떤 배를 탈지 정해야 한다.
독배를 탈지, 큰 배를 타 다른 그룹들과 같이탈지를 선택해야 했는데 만장일치로 독배를 타기로 했다.
독배의 장점이 엄청 커서 단점(7만원 더 비싸고 배가 작아 화장실 불편하고 실내에 쉴 공간이 없음)을 다 가려버렸다.
말 그대로 우리와 선장님만 타는 독배인지라 원하는 시간에 선장님의 케어를 잘 받을 수 있고(낚시하는법 알려주는 등), 원하는 시간에 여유롭게 출타가 가능하다는 점!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타는 큰 배는 새벽2시에 무조건 같이 들어와야 하는데 독배는 그만하고 싶을 때 이제 돌아갈래요 배 돌려주세요~하면 된다.

독배 만장일치~~


선장님과 오후 5시까지 북항선착장 쪽에서 만나기로 하고 선착장쪽에 있는 낚시집 가서 찌, 봉돌 등을 샀다.
사실 채비라는 단어 자체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준비하는 자세, 태도 뭐 이런 뜻만 있는지 알았는데) 우리들은 그냥 차에 있었고 우리의 리더 영화언니만 가서 채비들을 사옴.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977181&cid=42903&categoryId=42903

채비의 정의와 4대 구성 요소

낚시에서 채비라 함은 낚시를 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이나 자세를 미리 갖추는 행동이나 물건을 뜻한다. 그러므로 채비를 넓은 의미로 본다면 낚싯대나 릴을 비롯하여 낚시에 사용하는 도구와

terms.naver.com

여기서 삼, 채비
엉화언니가 준비해온 채비들


낚시대는 선장님이 빌려주시기로 했음. 낚시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낚시대를 항상 갖고다닌다는데 우린 그런 거 없었다.
다 초보들~.~
난 그냥 날 좋은 날 좋아하는 친구들과 배 타러 나간다는 거 자체에 신났었던 것 같다.


#가을밤 선상낚시 옷차림
낚시할 옷을 갈아입었는데 밤에 배 위는 바람도 불고 엄청 춥다는 소리를 들어서 옷을 한 세겹 껴입었다.
목도리와 장갑, 모자는- 한겨울도 아니고 설마 그렇게까지 춥겠어? 하고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워메.....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추위..

정.말. 그렇게까지 추웠다. 언니가 우리 다섯명 같이 쓸 핫팩이랑 핫파스도 챙겨왔는데 와..필수템이다 진짜

핫파스 배랑 등 몸통 앞뒤로 붙이고 목도리하고 했는데도 밤 되니까 추웠다.

핫파스 핫팩 필수

다행히 여러개 가져온 고마운 친구가 있어서 빌려 썼음..
그리고 그땐 몰랐는데 갑오징어 낚시는 특히 1회용 우비같은거 있음 들고가면 꿀템이다. 오징어가 잡히면 먹물을 마구마구 쏘아대는데 우리 얼굴에도 묻고 배도 까매지고 난리가 난다 ! 먹물파티.

#가을바다 노을뷰
자 그럼 이제 떠나요 바다로!!!
구명조끼까지 입고 자리에 착석하면 선장님이 배에 시동걸고 출발하시는데 이래서 선상낚시 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예쁜 갬성바다를 볼 수 있다. 마침 딱 노을질떄인 오후5시여서 더 아름다웠음.

여느 10월 말 가을 목포바다


해는 정말 금방 떨어진다 . 그 떨어지는 찰나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장관 .
그리고 해지는거 보고있으면 하루하루가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구나 싶음.
해가 떨어지면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다.
그래도 이날은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 참을만 했던 것 같다.

모자, 목도리, 장갑 필수


항구에서 한 25분정도?? 배를 타고 달려 바다 한가운데로 나오면 선장님이 배를 세우고 갑오징어 낚시하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낚싯대 잡는법, 릴 감는 법, 멀리 던지는 법 등등 완전 기초부터 배웠다 ㅠㅠ 분명 몇년 전 통영에 언니따라 낚시 갔었을때 한번 해봤을텐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사실 유튜브로도 갑오징어 낚시하는법 영상 몇개 보고왔는데 역시 직접 해보는 건 또 다르다.
처음에 가장 어려웠던 건 봉돌(물 속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추)이 바닥에 닿았는지 여부파악 이었다.. 상식상 릴이 쭉~~ 스스로 돌아가며 낚싯줄이 바닷속으로 내려가다 멈출 때가 바닥에 닿은 거일텐데 무게 감각이 없어서 멈춘 후에 살짝 들어올려봐도 이게 뭥미..싶었다.

그래서 한 열댓번은 낚시줄 풀고 감고만 반복했었음. 감을 익히기 위해서다 ㅋㅋㅋ 봉돌이 무거울수록 바닥에 닿았는지 파악이 빠른데 단점은 오징어 입질을 느끼기 힘들다는ㄱ ㅓ..

오징어가 바다 바닥 근처에서 돌아다닌대서(?) 봉돌이 바닥에 닿을때까지 기다렸다가 살짝 들어올려 입질 올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낚시를 시작하는데..
한 50분간은 우리 다섯 모두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점차 역시 낚시는 지루해..라고 느껴질때쯤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어 들어올리니 정말 말로만 듣던 갑오징어가 나왔다 ㅋㅋㅋㅋ
내가 우리 다섯 중 가장 처음으로 낚았음!!!
갑오징어는 여태 토막낸거 먹어만봤지 살아있는 생물으로는 처음봐서 신기했다.

낚싯대로 낚아올리면 미친듯이 먹물을 쏘아대는데 그래서 초반엔 얼굴이며 옷이며 배 바닥이며..난장판이 되었다 ㅋㅋ
그래서 선장님이 조치방안을 마련하신게,
수면까지만 낚싯대로 들어올리고 수면에 다다르면 뜰채를 가져다가 오징어를 받쳐서 나르는 거였다. 그러니 먹물 튀김이 훨씬 나아졌다

처음 본 살아있는 갑오징어. 다리가 굉장히 짧다


나를 시작으로, 그 이후로 언니들,친구들도 낚아올리기 시작하는데..
우리 한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5시간동안 인당 최소 4마리는 잡았던 것 같다.

1시간에 1마리 꼴로 잡혔음.
낚시 처음에 제안했던 영화언니가 그랬는데 우리 이 완전 기본 중의 기본 싸구려 낚싯대 + 낚시경험 전무한 실력으로 이 정도 낚은거 엄청 재능있는 거라고 했다.ㅋㅋㅋㅋ
아 그런가요?
굉장히 뿌듯해졌다


#낚시가 원래 이런 건가요?
내가 원래 상상했던 낚시는 해산물 사냥(?)보다는 드넓게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맛있는 거 먹으며 이런저런 수다도 떨고 하는 거였는데 오산이었다.

아니.. 정말 낚시하는 5시간동안 음악 1곡도 틀지 않고 거의 오 저 잡았어여!!!!!!! 선장님 낚싯줄 걸렸는데 좀 빼주세요.. 이런 낚시 관련 이야기 빼고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는 거.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고요한 침묵 속에서 낚시에만 전념하였다

나의 집중력은 밤 9시반 무렵 떨어져, 가져온 과자 등 군것질이랑 친구들 낚시에 전념하는 모습 사진찍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 친구들..정말 대단혀..


그리고 한 밤10시쯤되니 허기도 지고 추워서 컵라면을 끓여먹었는데 이게 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

테이블이며 바닥이며, 의자며.. 오징어들이 뿌린 먹물들이 가득했음.
오징어낚시엔 정말 버려도 좋을 옷 가져와야 하는 것 같다.


#낚시 결과!!!
그리고 ... 대망의 낚시 성과는 엄청났다.
우리 다섯이 스물 몇마리 잡았음 ㅋㅋㅋㅋㅋ

오징어 한마리가 먹물을 얼마나 많이 생성해낼 수 있는지 궁금.
그래서 먹물파스타 같은 요리가 있나부다



쭈꾸미랑 낚지같은 애들도 몇마리 잡았다.


그리고 밤11시경, 집중력도 떨어지고 점점 심해지는 밤바다의 추위로 - 선장님께 이제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아니 독배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나 싶었다 ㅠㅠ 새벽2시까지 버티는 건 정말 힘들었을 거 같았다.
가져온 지퍼백에 수확한 오징어들을 나누어 담고 배를 돌렸다. 정말 빈손으로 와서 양손 무겁게 간다.

매우 뿌듯!!!
,
,
,
숙소 돌아와서 뜨끈한 물에 씻고나니(아 얼마나 행복하던지) 새벽1시경.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대로 잘 수 없지~~ 싶어 잡은 갑오징어 몇마리를 손질했다.

민영이랑 미나언니가 손질함..

갑오징어는 잘 씻어서 회쳐서 생으로 먹고 쭈꾸미류는 끓는물에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었다.

그리고 그자리서 회로 먹는데 입에서 살살 녹았댜...... 직접 고생해서 잡아보니 이 오징어가 왜 이렇게 비싸게 팔리는지 알 것만두 같았따


.
.

내 생애 가장 재밌었던 낚시경험이었다.
그치만 다음에 또 가야 한다면??
음.. 한번으로 족한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이걸로 만족 ><
집갈때 4마리 정도 가져가서 부모님과 데쳐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