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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알자/중동지역

[아프가니스탄] 미국이 탈레반을 이길 수 없는 이유

by Boribori:3 2021. 8. 17.

2021년 8월 15일. 광복절 76주년의 날. 

지구 건너편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탈레반이 결국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다. 지난 5월, 미국이 아프간 파병 미군의 철수를 시작한지 3개월만이다. 

이날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에서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음.. 사실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승리했다고 말하긴 했지만, 미국을 상대로 승리한 거나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2001년 이후  20년동안 미국이 자국 군대를 파병해 주둔시키고 100조원가량의 천문학적 금액을  아프간 정부에 지원하며 탈레반과의 전쟁을 도왔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철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장악한 탈레반 대원들.
2021.08.15 아프간 대통령궁을 장악한 탈레반 / 사진-ap 연합뉴스

무튼.. 탈레반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는 대통령궁을 장악해버렸다. 한 나라 수도에 있는 대통령궁까지 진입했을 정도면 엄청나게 큰 전쟁을 벌였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프간 정부군은.. 별 저항 없이 투항했다.  대통령은 국외로 도피한지 오래였다. 싸울의지가 전혀 없어보였다. 

덕분에 탈레반은 '버려진' 대통령궁을 어려움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이 영상을 라이브로 단독 공유한 알자지라 방송 유튜브에 올라온 댓글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  

 

현재 미국은 외교관들과 대사관 직원 등을 대피시키는 철수에 한창이다. 미국은 원래 8월 말 정도로 순차적 철군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탈레반이 아프간을 순식간에 장악해버리자 거의 정신없이 '탈출'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1975년, 베트남전 패망 당시 헬기 탈출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1975.4.30. 베트남 사이공 미국대사관 헬기탈출장면

 oh.. 체면이 상당히 구겨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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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해진다.

탈레반은 누구일까??

 

#탈레반 설립 배경: 소련-아프간 전쟁(1979~1989)

1979년- 소련은 아프간 공산주의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그리고 미국은 소련과 공산주의가 퍼지는 걸 막기 위해 무자헤딘(아프가니스탄 반정부군/반소련군)이라는 조직을 지원했다. 미국, 소련간 이데올로기 차이로 인한 대리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세계의 패권을 놓고 경쟁한 미국과 소련의 게임.

아프간에선 미국의 지원을 받은 무자헤딘을 중심으로 10년 넘게 소련과의 전쟁이 이어졌고, 1989년 소련은 드디어 군대를 철수시켰다. 

10년간의 전쟁으로 경제며, 인프라며 완전히 파괴되어버린 카오스 정국을 틈타 탈레반이 정권을 쥐기 위해 꿈틀거린다. 

 

# 탈레반은 누구?

1. 1994년,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 주에서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무장 이슬람 수니파 정치단체.

2. 파슈툰족 기반 조직

탈레반은 이슬람적 성격을 가지고있는 것과 동시에 민족적 성격도 크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사이에 위치해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해온 국가로, 이러한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오랜시간 여러 민족이 함께 살아왔다. 

 

그 중 가장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족이 파슈툰 민족인데, 탈레반도 파슈툰족 기반의 조직이다. 파슈툰족은 200년넘게 아프간을 지배했었지만 냉전기를 거치며 다른 부족들에게 권력을 빼앗겼던 배경이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파키스탄 북서부에 걸친 지역에 사는 아리안계 민족이 파슈툰족인데, 본인 민족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파키스탄도 탈레반을 지원한다. 


3.  탈레반 뜻

  '탈레반(taliban)'은 이슬람학교 학생을 가리키는 단어인 탈레브(talib)의 복수형으로 '학생들'이라는 뜻이라 한다.  

무함마드 오마르(탈레반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이슬람 학교를 다니던 청년들이 엉망진창이던 아프가니스탄의 내전을 종식시키고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위해 민병대를 결성한 게 시초. 초반엔 비교적 상식적이고 순수한 이슬람 율법 적용으로 오랜 내전과 기존정부의 부정부패에 지친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4. 1996년 ~ 2001년 아프가니스탄 지배.

탈레반이 결성된 1994년, 아프간 국토의 80% 정도를 장악하다 1995년 정부에 의해 와해될 위기에 처하다 다시 이듬해 수도 카불을 점령(1996)했다. 여기서 아프간 최다수 민족인 파슈툰족 민족주의 + 이슬람 수니파주의로 인한 파키스탄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이로써 1989년 소련의 철군 이후 7년간의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잠시나마..종료되었다. 

(이슬람교도 같은 이슬람교가 아닌, 수니파/시아파로 나뉘는데 자세한 건 아래 링크 참조.)

 말많은 이슬람교 분쟁 원인: 수니파, 시아파에 대해서.

 

말많은 이슬람교 분쟁 원인: 수니파, 시아파에 대해서.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알아사드 정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가스 공습으로, 어린이 11명을 포함한 다수의 민간인들이 숨졌다는 끔찍한 기사를 보았다. 시리아는 참 이전부터 테러와 공습으로

boriborikim.tistory.com

탈레반의 집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슬람 극단주의 정책이 실시되었다. 탈레반의 유례없는 인권탄압, 남녀차별 정책은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할 정도이다. 언론탄압은 물론, 규율을 어겼을시 무자비한 공개처형도 서슴지 않았다. 여자들은 어떠한 교육, 사회활동도 할 수 없게되었다.

부르카입은 여성들.. 공포영화 보는줄.

모든 여성에게 부르카(얼굴 포함, 온몸을 가리는 옷)착용을 의무화시켰으며 남성이 동반하지 않을시 여자는 혼자는 물론 여성들끼리라도 외출 자체가 불가하였다. 

이러한 탈레반은 2001년 이후ㅡ 미국의 공격으로 권력을 잃게된다. 

 

5. 9/11테러(2001)

2001년 9월 11일, 오사마 빈 라덴을 배후로 한 테러리스트들이 항공기 4대를 납치해  뉴욕 세계무역센터 등 건물에 자폭테러를 일으켜  수만명의 사상자를 냈던 끔찍했던 참사가 있었다.

 미국은 이 테러범들을 인도하라고 탈레반에 요청하지만 탈레반은 이를 거부하며 오히려  숨겨주고 보호했다.

 

6.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1.10~2021), 테러와의 전쟁!

2001년 9.11테러 직후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은 탈레반에게 오사마 빈라덴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그를 넘기고, 알카에다 축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눈도 꿈뻑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을 상대로 항쟁했다.

이에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탈레반에 분노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그들의 주거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을 지시했다. 

조지 부시: “테러를 저지른 자들이나, 그들을 숨겨준 이들을 구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프간 공습 첫 2달동안 미국은 어마어마한 화력으로 탈레반을 초토화시킨다.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

 

그러나..

 이 전쟁은 2021년까지 약 20년간 지속된다.. 탈레반은 막강한 화력과 무기를 가진 미군에 맞서 지형을 이용한 게릴라전을 선보였다. 

미국이 완전히 이길 수 없었던 이유는 더 있다. 

먼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말고도 다른 신경써야할 곳들이 있었다. 

특히 이라크.. 미국은 이라크 침공에 관심이 많았다.  

이라크전 준비를 단단히 하기 위해 실제로 2003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지원을 중단하고 심지어 지원 미군을 빼내 이라크로 넣는다. (이라크 전쟁 관련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이러한 기회를 틈타 탈레반은 살아난다. 목숨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살테러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니...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과 실제 이유 고찰.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과 실제 이유 고찰.

미국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의 지칠 줄 모르는 막말대결이 계속되고 있고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진다.  (사진출처-가디언 뉴스 캡쳐) '돈'에 대해서라면 이익과 손해 계산에 아주 탁월한 , 트럼프

boriborikim.tistory.com

 

미국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떻게든 무마시키려고 노력한다.

버락 오바마의 공약 중 하나도 아프간전 승리였다.  

2011년, 아프칸 파병인원을 확대했다고 발표하는 오바마 

 

그래도 파병된 미군이 아프간에 있을 동안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어쨌든..미국은  20년이라는 세월동안 탈레반을 막기 위해 지구 반대편 아프간이라는 나라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물적, 군사적으로 지원을 해도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을 막기 힘들었다. 

2020년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정도..

 

그리고 지난 4월 14일.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은 아프간 파병 미군 철수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정부가 맺었던 미군 철군 합의를 진행한 것이다. 

"이제 아프간은 스스로 싸워라~ 미국은 지쳤다~!"

20년동안 약 100조원을 쏟아부은 결과.. 미국의 항복이나 다를 바 없는 내용이었다. 

2021.04.14 조 바이든 발표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전쟁이자 천문학적 자원이 소모되었지만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전쟁. 

그리고 미군이 철군 발표를 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기다렸다는 듯이 아프간을 점령하는 탈레반.

2021년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속도..

 

어쨌든 사람이나 단체가 무슨 일을 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탈레반은 도대체 어디서 이 자금을 만드나? 

파키스탄 등에서 지원받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마약 거래'에서 만든다고. 전세계에 유통되는 90%이상의 헤로인, 아편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 마약거래로부터 얻은 자금은 정부도 없는 무장단체인 탈레반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조직 중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끔찍한 부르카를 착용한 아프간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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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탈레반을 이길 수 없는 이유

자금력, 정보력, 군사력으로 전세계 1위인 미국이 거금을 뿌려대고도 작은 테러단체 하나 처리하지 못한 채 쓸쓸한 후퇴를 해야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탈레반과 대항해 싸우려는 의지와 사기가 강하지 않았다는 것 , 부정부패한 간부들이 많아 지원한 금액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던 점, 이라크 전쟁을 치르느라 정신없었던 점 등을 차치하고도 미국이 질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생각한다.

"무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국가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그렇다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

이슬람교의 파들과 나라를 구성하는 민족들, 이로인한 복잡한 정치상황 등 국가 내부적인 갈등요인들을 전혀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수만의 국군장병을 파병한 아프가니스탄엔 그 지역 전문가 하나가 없었다 한다. 축출하려는 탈레반이 알카에다와 어떻게 다른지, 어떤 관계인지도 몰랐다고.  

아래 자료는 부시와 오바마 정권당시 아프간 전쟁 관련 전략을 감독한 별3개 Douglas Lute 장군이 2015년에 정부 인터뷰어에게 말한 내용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공개한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

"우린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조차 전혀 없었습니다. 우린 우리가 뭘 하고있는지 몰랐습니다. 우리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우리가 어떤 일을 맡고있는지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도날드 미국 국방 장관(2001~2006)이 아프간에서 누가 나쁜놈인지도 모르겠습니다~하는 서신 

소름이다. 인터뷰 원문은 아래 파일로 공유.

lute_doug_ll_01_d5_02202015.pdf
1.30MB

https://www.washingtonpost.com/graphics/2019/investigations/afghanistan-papers/documents-database/

WP기사엔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아는 거라곤 아프간 가는 비행기에서 읽은 '연을 쫓는 아이'에 나오는 내용 뿐이라고 한 장관의 말이 나온다... 솔직히 안 믿겨진다.. 바로옆 나라로 여행을 가도 그러진 않을 것 같은데..  

테러리스트와의 싸움, 공산주의와의 이념싸움으로만 단순하게 생각했던 미국은 파슈툰족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었다고 . 

또한 1~2년마다 순환근무를 해, 그나마 아프간에 대해 알고있는 담당 직원이 계속 바뀌고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상대의 정체성을 간과했다는 것. 이 점이 상처뿐이던 베트남전과 일맥상통한다. 

 

자신이 싸우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 채 미국은 눈먼 돈만 열심히 뿌려댔고,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했다.

아 아니 결실이 한가지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부정부패 가속화.   

 

또 한가지는 

"의지"이다. 

미군이 지원해서 만든 아프가니스탄 군은 30만명, 탈레반 핵심 전투대원이 약 7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프간 정부군 30만명은 '행정상'이다. 부패한 간부들이 존재하지 않는 '유령 병사'를 만들어 급여를 빼돌린 정황에 병력 데이터의 정확성이 의심된다는 보고서들이 수차례 제출되었다고 한다.

탈레반은 전투기나 탱크 등 첨단설비조차 가지고있지 않다고 하는데. 반면 아프간은 미국으로부터 군사력 보강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압도적인 전력차.

그럼에도 아프간 군은 탈레반에 졌다. 

왜일까? 맞서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탈레반은 부패한 아프간 정부에 실망한 청년들을 설득하며 정당성, 합당성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위 사진들에 남자밖에 없는 이유는 여자는 집밖으로 함부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ㅎ)

한민족 우리나라는 한마음 한뜻으로(매국노 제외) 일제에 맞서 싸워 이겨서 독립을 해내고야 말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있었지만, 아프가니스탄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탈레반은 그렇게, 세계 최강국 미국과의 싸움에서 보란듯이 승리하여 아프간을 점령해버렸다.

많은 걸 느끼게 하는 미국과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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