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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 정리, 그리고 개인적 생각.

by Boribori:3 2018. 6. 23.

예멘이라는 평상시엔 잘 들어보지도 못한 국가의 출신 난민들 문제로 제주도가 시끄럽다.

무슨 일일까?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5월초부터 지난주까지 제주도로 예멘 사람이 561명이 무더기로 입국했는데 이 중 549명이 난민신청을 냈다고 한다.

2017년 지난해에 예맨 난민 신청자가 42명인 걸 생각하면 10배가 훨씬 넘는 수이다.

(2015년엔 0명, 2016년엔 7명에 불과했는데.)

그런데 예멘..? 우리나라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엄청 먼 나라아닌가?

근처 더 가까운 국가들도 있을텐데 하필 왜 멀고 먼 우리나라까지?,,

게다가 인천이나 부산도 아니고 왜 하필 섬인 제주도?

궁금해서 알아보니-

내전을 피해 나라를 떠나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말레이시아로 탈출한 예멘 난민들이

 체류제한기간이 끝나자 제주도로 오게된 것.

(말레이시아엔 우리나라처럼 난민법이 없다. 그리고 난민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내의 유엔난민기구가 말레이시아 정부를 설득해서 체류허가만 내 주었다. -> 생계나 주거 지원 등 해주지 않음 -> 다른 곳을 찾다가 제주도 발견.)

 이 중 하필, 말레이시아와 4천km나 떨어져있는 제주도로 굳이 오게 된 이유는 , 두 가지로 추정된다.

 

1. 제주도가 외국인에 대해 '무사증 입국제도'를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

(제주 무사증 입국제도는 2002년부터 관광활성화를 위해 시행돼왔다.)

제주도는 외국인이 비자가 없어도 30일동안 체류하게 허하는 무사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 말레이시아 국적 항공사에서 쿠알라룸프르 - 제주도를 잇는 저렴한 직항기가 취항.

 그리고 이렇게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인 수백명을, 아주 상당수의 국민들은 - 혐오하고있다.

 

#난민 수용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와 관련한 반대청원이 올라왔고 현재 청원에 참여한 사람이 36만명이 넘어섰다.

 

이렇게 수많은 국민들이 난민수용을 반대하는 이유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범죄와 갈등이 심해질 것이다.

난민이 아니더라도 이미 불법체류자들, 외국인의 무비자 한달 입국 가능 등으로 인해 여러 갈등과 사회문제가 있다.

 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골치아픈 문제로 자리잡았는데 난민까지 들이는 건 시기상조이다.

2. 그들에게 나가는 세금이 아깝다. 우리 먹고 살기에도 힘든데. 일자리까지 빼앗길 수 있다.

3. 종교적 편견 -  무슬림은 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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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리나라만의 안위와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 난민을 받지 않는 것이 좋기에 반대가 많을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사실인 양 퍼뜨리고 그런 왜곡된 사실만을 듣고 편견을 가져버리는 것을..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난민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것이 아니라, 잘 모르니까 - 이번 제주난민사태와 관련하여 여러 기사들과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반대를 해도 최소한 사실에 입각한 반대를 하고 싶어서.

그리고 종종 그래왔듯이 정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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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은 어떤 나라?

예멘은 중동지역의 , 사우디아라비아 남쪽에 위치한 나라이다.

언어는 아랍어를 쓰며 국교는 이슬람교.(수니파 53%, 시아파 47%).

예멘은 1994년 종교갈등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전쟁이 있으면 전쟁을 피해 살길을 찾아 나라를 떠나는 피난민들도 있는 법.

예멘인들은 2015년, 수니파와 시아파 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약 19만명이 국가를 떠나 난민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이슬람교 관련 글 참조-> 말많은 이슬람교 분쟁 원인: 수니파, 시아파에 대해서.)

 

 

#현재상황

어찌 되었건 예멘 난민들은 이미 우리나라 제주도에 들어와있는 상태이고,

유엔 난민협약에도 가입하고 따로 난민법까지 제정한 우리나라는 이들을 다시 내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상당수가 이들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하며 점점 논쟁은 격화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논란이 거세지자 6월 1일부터 무사증 입국 허가국(비자 없이도 입국가능한 국가)에서 예멘을 제외했다고 한다.

 

따라서 기존 입국자 500여명 말고 앞으로의 예멘 난민은 한국에 비자 없이 맘대로 들어올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불법체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도 제한명령(제주도로 못 나가게~)을 내렸다.

그리고 이미 들어온 현재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들에 대해선 , 내국인 일자리 침해 가능성이 낮은 업종을 위주로 취업허가를 내 주고 식자재, 무료진료 등을 지원한다는 게 그제 20일, 청와대의 입장.

제주도측 역시 (난민에게) 인도주의적 차원의 응대 및 지원을 하겠으나 도민 안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는 '난민법'의 영향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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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난민에 대해 법을 제정했으며 난민 지원을 하게 되었을까.

 

#난민법이란? 대한민국 난민 관련 역사.

-1991년 : UN의 난민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

-2009년 3월, 황우영 의원이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대한 법률안' 대표발의.

-2011년 12월 29일, 법안 통과

-2012년 2월 10일 난민법 제정

-2013년 7월 1일, 난민법 시행.

->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독자적인 '난민법'을 가진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 7월 이후엔 난민신청자가 아주 급격하게 늘었다.

-2013년 7월~2018년 5월 : 34,890명 -> 5년간 한해 평균 6978명.

(난민법 시행 전인 1994년~2013년 6월 까진 난민신청자 5,580여명. ->약 20여년간 한해 평균 280여명 난민신청.)

-2018년 5월 기준 7737명. (지난해 같은 기간(3337명)보다 132%증가)

 

우리나라는 이렇게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난민협약, 난민법 상의 요건을 갖춘 진정한 '난민'을 보호해야 할 국제법 및 국내법의 의무가 있다.

 

-난민법 속 난민

난민법 제 2조에서는 '난민'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인종, 종교, 국적,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

- 난민법 제3조는 또한 난민신청자, 인도적체류자 등을 강제로 송환시킬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난민법 제40조~제43조는 정부가 난민신청자에게 ,  주거시설, 의료지원, 초중등교육을 제한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난민신청을 하면 심사기간이 1년 정도 걸리는데 (1차 심사 결정기간만 평균 7개월이 걸린다고..)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난민신청자는 6개월 정도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난민심사 1차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소송을 걸 수는 있는데 이 상황에선 취업자격 뿐만 아니라 위급상황시 의료지원 이외의 지원은 따로 받지 못하며

소송까지 패소하면 출국 대상이 된다는 것..

(그럼 난민신청했는데 인정 못받아서 소송거는 사람들은 소송기간동안 뭘 먹고 어디서 자며 어떻게 살지..? 의문이다.)

 

또한 여태 난민신청을 한 사람들은 몇명이나 되고 인정을 받은 자는 몇명이나 되는지 찾아봤는데

(법무부 홈페이지가서 조금만 찾아보면 아주 자세하게 다 공개하고 있다.)

               (출처-법무부, 180205_난민통계_17년12월31일기준.pdf )

 

1994년부터 2017년까지 난민 신청은 총 32,733건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중 실제 난민을 인정받은 사람은 792명 뿐.

-> 난민 인정률 2.4%로 3%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난민에 관대한 나라 같아보이지만 사실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난민에 대한 오해

1. 생계비로 정부가 138만원 지원?

난민법 제40조는 난민신청자에게 정부가 생계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하고 있는데

제주도 내 예멘 난민들이 월 138만원을 지원받게 된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내국인들도 경기가 좋지 않고 취업이 잘 되지않아 허덕이는데 국민들의 혈세를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오해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2018년, 난민 생계비 지원액은 난민지원시설 비이용자의 경우 1인당 월 43만원 정도, 지원시설을 이용하면 21만원 정도라고 한다.

(자료 출처- 법무부)

138만원은 5인가구일 경우라고 한다. 난민신청한 사람의 식구가 5명이면 138만 6900원을 지원한다고.

그러나 생계비는 난민신청을 하고 최대 6개월까지만 지원하고 실제 생계비 신청을 해도 정부가 지원하는 확률도 적었다.

(2016년 난민 7542명 중 생계비는 650명에게만 지원.)

 

올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에게 생계비가 지급된 사례는 아직까지 0건이라고.

->현재까지 예멘 난민에게 생계비가 지원된 건 단 한 건도 없다.

 

2. 범죄가 우려된다.

난민신청한 사람이, 당장의 먹고살 길이 깜깜한 사람이 범죄를 일으키면 안 그래도 까다로운 난민인정 심사는 빠빠이.

외국인 범죄율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이는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점점 많아져서이지,

 내국인 범죄율에 비하면 한참 밑이고, 범인이 난민인 경우는 거의 없었고 그냥 여행 온 외국인이나 중국인들의 비율이 훨씬 많은데

이를 난민=범죄자 가능인이라고 하는 건 ..

 

3. 내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정부는 현재 제주 예멘 난민에게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해 일자리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내국인도 일할 자리 없어 난리인데, 말도 안 되는 특혜이고 역차별이라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이 취업하는 업종은 한국인들이 기피해서 늘 일손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농축산업, 수산업 같은 업종이라고 한다.

 

4. 무슬림을 들이면 안 된다. (무슬림 무조건 비난)

세계적으로 테러가 일어나면 테러리스트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라는 게 밝혀지면서 ,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노예처럼 생각한다~ 같은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성범죄 등이 엄청 많이 일어날 것이다 ! 하면서 '이슬람'하면 손사래부터 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스라엘, 터키, 인도 등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은 국가들을 돌아다니며,

그들과 속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느꼈던 건, 무슬림들 대부분은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싫어하는 평범한 - 예의바른 사람이었다는 것.

길을 잃고 헤맸을 때 무슬림 사람들에게 얻은 배려들, 도움들 - 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기독교도 몇몇 소수의 파렴치한한 인간들 때문에 '개독교 ㅅㄲ들'로 불리는 것처럼

꼭 어떠한 무리와 집단엔 소수의 또라이들이 있는 법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다른사람이 하는 말이나 들리는 소문만을 듣고 빨간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시작하면 빨갛게 보일 수밖에 없고

나중엔 자기가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게 된다.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근거없는 소문들 때문에 '혐오'하고 자기가 맞다는 듯 우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난민들을 수용하는 걸 반대하는 것은 당연 이해할 수 있는데,

그걸 그들의 인종, 종교 때문에 무조건 잠재적 범죄자 /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며 혐오분위기를 조장하는 건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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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주 예멘난민 사태를 계기로 다문화, 난민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반감을 가지지 않을 만한 정책들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차근 차근..

또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난민법의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행법상은, 난민 신청을 하고 난민인정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데 이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 그 1년 동안은 생계비도 , 취업도 지원하지 않을 거면 어쨌든 어떻게는 한국에 체류하고 있을 난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난민 심사 인력을 더 충원해서 심사를 좀더 빨리 진행해, 진짜 '난민'이 아닌 사람들은 빨리 가려내서 출국시키고

진짜 도움이 필요한 난민들은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우리나라에 들어온 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욕먹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참 운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또 퍼뜩 - 든다.

 

내전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  잠자는 동안 집이 미사일에 폭파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태어났는데 시리아, 이라크, 예멘같은 나라라서 부모는 물론 전 국민이 이슬람교라서 나도 어찌할 도리없이 이슬람교를 믿어야하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내가 사는 마을은 총알,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이고-

 

머리가 아찔하다.

진짜 너무, 너무 , 너무 나는 복을 많이 받았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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