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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로 돌아오는 길.

by Boribori:3 2018. 6. 4.

출장으로 인도에 또 오게 되었다.

벌써 네번째.

금요일 저녁 비행기를 타 약 9시간을 날아 새벽에 공항에 도착해 다시 거래처 공장까지 3시간을 달려서 겨우 도착하니,
토요일 아침.


비행기를 타면 추락할 것만 같은 불안증으로
잠을 못자고 밤을 꼬박 새워 몸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게다가 6월의 인도는 매우 덥고 습한 찜통더위.
잠을 못 잔 피곤한 상태에서 이 더운 곳에서 일하려니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내가 공기를 마시는건지 습기를 빨아들이는건지.

그래도 어떻게 시간은 흘러 일요일 오후.
칙칙하고 지겨운 공장지대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서둘렀으나 일이 틀어져 더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그리고ㅡ 뭄바이로 가는 길.
지옥의 고속도로 교통체증을 맛보았다.
갈땐 3시간도 안걸린 거리를 6시간이 걸렸으니.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ㅡ 를 마음 속으로 되새김질하며 버텼는데.
역시. 시간은 어떻게든 흐른다.
어느새 일요일 밤이 되고 나는 지금 호텔방 푹신한 침대 위.

토요일 일요일ㅡ 황금같은 주말을 피곤과 더위와 끔찍한 교통체증에 지쳐 시들시들해졌었는데 그것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벌써 이렇게.

호텔에 도착해 의도치 않게 10시간이 넘도록 공복상태를 유지한 기특한 내 몸 속으로 늦은 끼니를 밀어넣으니

이제 좀 살 것 같다ㅡ라는 생각과 함께
부끄러운 생각도 함께 찾아왔다.

뭄바이로 돌아오는 길,
차타고 지나오며 본 지붕도 없이 길거리에 다닥다닥 붙어서 자는 인도사람들.
그 뜨겁고 습한 날씨에도 돌아가 쉴 집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을 보면
작은 불편과 잠깐의 힘듬에도 조금만 `참자`, `버티자`라고 생각하며 참을 인 자를 머릿속에 그리는 내가,

참 복에 겨운 줄 모르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삶을 보며  나 정도면 괜찮지, 하고 자기 위안을 하거나ㅡ 

반대로 열등감에 빠지며 그들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내 삶을 불평하는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이며 바보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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