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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써클 (Circle,2015) 후기 - 인간의 본성과 신념

by Boribori:3 2017. 9. 12.

집에 콕 박혀 영화만 봤던 이번 주말.

무기력하고 울적해서 움직이기조차 싫을 땐, 책장을 펼치기조차 귀찮을 땐 영화를 본다.

재생버튼만 누르면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꽤나 흥미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다른 생각을 하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다른 생각을 넣어주니까. 움직이는 화면들이.

 

이번에 흥미롭게 봤던 , 써클이라는 영화에 대한 후기를 쓴다.


#줄거리

50명의 사람들이 어두운 밀실에 갇혀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빨간색 원형 안에 서있고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그곳에 함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모른 채로. 그리고 곧 그들은 먼저 죽은 사람들을 통해 그곳의 룰을 깨달으며,

누구를 먼저 죽일 것인지, 누구를 살려야할지 끊임없는 논쟁을 하게 된다.

논쟁을 하면서도 2분에 한명씩은 계속 픽픽 쓰러져나간다.

 

 

#룰

- 이 빨간 원 밖을 벗어나는 사람은 죽게 된다. 

- 가만히 있어도 2분에 한명씩 누군가가 죽게 된다.

- 죽게 될 사람은 선택할 수 있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은 죽는다.

- 아무도 투표를 하지 않으면 랜덤으로 한 명이 죽는다.

- 자신에게 투표할 수는 없다.

- 만약 같은 표를 받게 된다면 그 같은 표를 받은 사람은 모두 죽게 되는데, 이 경우

   그 사람들 중 누구를 죽일지 다시 투표를 해야 한 명만 죽을 수 있다.

- 자신에게 투표는 못하므로 결국 한 사람만 남을 때까지 이 죽음의 투표는 계속될 것이다.

 

이 규칙을 가지고 죽을 사람을 판단하고 투표해야 한다는 잔인한 설정이 이 영화의 플롯.

어차피 50명 중 단 한사람만 살게 될 것이므로 그냥 먼저 죽고 말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막상 그 상황에 닥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테다.

생명체는 자신의 목숨을 쉽게 포기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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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정말 과장이 아니라 1시간 반이라는 상영시간 거의 내내(마지막 5분 빼고) 저 빨간 원이 그려진 밀실 안, 하나의 장소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람들은 살기 위한 / 살리기 위한 논쟁을 50cm 직경 정도 되어보이는 원 위에 서서 말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는지. 신선했다. 제작비는 진짜 안들어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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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있는 사람들의 유형은 다양하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자기 변호를 하거나, 남을 비난하거나 , 자살을 택하거나.

대충 이런 사람들이 있다.

- 나이가 많은 노인들을 먼저 죽여야 한다. 그들은 이미 충분히 긴 인생을 살았으니 그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사람,

- 가정폭력을 휘두른 남자라든지 바람을 피웠던 사람이든지 하는 사람이 먼저 죽어야 한다는 사람(그들 중 몇몇은 과거 아는 사이였다.)

- 동성애자는 죄인이니 저 여자에게 투표를 하자는 사람

- 불법체류자에게 투표하자는 사람.

- 병에 걸린 환자에게 투표하자는 사람

- 누구를 죽이는 투표는 할수가 없다며 먼저 희생하겠다는 사람

- 어린아이와 임산부는 살려야한다는 사람

- 어린아이나 임산부를, 내 목숨이 위험한데 왜 존중해야 되냐는 사람

- 아무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않아 오래 살아남는 사람

- 자식이나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는 사람에겐 투표하지 말자는 사람

- 사회에 얼마나 공헌하는지를 따지자는 사람

 

등등, 이들은 재고 따지며 자신들의 가치관을 드러내고 싸우고 편을 만든다.

편을 만들면 수적으로 열세한 사람들은 다수결 투표의 법칙에 따라 먼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중엔 사람들의 도덕적 양심을 노리고 편을 만들고 자신이 살기위해 이용하는 양심없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그들이 2분에 한명씩 죽어나가며 누가 구원받을 가치가 있는지 논쟁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전부이다.

누가 무엇을 위해서 이곳에 가둬뒀는지는,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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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을 확률이 많은 것도 아니고 고작 몇분 더 살겠다고 그런 잔인한 투표를 계속 할까.. 싶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는 눈앞에서 겪어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것 아닐까.

그런데 나라면. 먼저 희생하는 쪽이 될 것 같다.

사후세계가 존재하는 걸 믿으니까.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걸 믿으니까.

 

사람에게 있어 신념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지와 사람의 본성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흥미로운 영화였고

여느 귀신이나 싸이코 살인마가 나오는 공포영화보다도 무섭게 느껴졌었다.

죽음이라는 절벽 가장자리에 사람들을 몰아세워놓고 본성이 나오게 끌어내니까.

 

 

#결말 해석

열려있는 결말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해석해보았다.

마지막엔 결국 Eric이라는 한사람만이 살아남게 되고, 그 어두운 밀실을 벗어나게 된다.

밀실에 들어왔을 때 기절해있었던 것처럼 밖을 나갔을 때도 기절해있었던 상태.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상한 곳. (도수관aqueduct같이 생긴 곳.)

이 곳에 여러 사람들이 한 곳을 쳐다보고 있다.

이전에 Eric을 가둬 살아있는 최후의 1인이 되게 만든 그것처럼 생겼다. UFO같은 것이 하늘에 떠 있다.

그곳을 쳐다보고 있던 사람들은 , 임산부나 아이들. 그 UFO인가 뭐시긴가 하는 것이 벌인 '서바이벌 게임'의 생존자들 같아보였다.

즉, 이 UFO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중이라는 이론이 꽤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광경.

생존자들이 꽤 많았으므로 얼마나 많은 이런 게임이 실행되었는지.. 상상만으로도 끔찍.

모두 50명 중에 한 명의 생존자일 것 아닌가.

이 실험의 목적은 인간의 본성을 테스트해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후에 이 사람들을 모아서 또 생존게임테스트를 할지 뭘할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 하나는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본성과 신념. 

나의 목숨과 안위를 위해 다른사람을 희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본능과 신념이 충돌되는 상황에서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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