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미국 갈등 이유, 짙어지는 전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중동국가들 소식은 사실 별로 크게 와닿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터지는 사건사고, 주변국인 북한, 일본, 중국과 관련 뉴스들만 해도 정신이 없으니까.
그런데 지금 중동의 전운은 정말 심상치 않다.
이란을 둘러싸고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이라크,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을 공격하려 하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구체적 정보는 공개하지 않음)
지난 8일, 폭격기 여러 대를 카타르에 있는 미공군 기지로 보냈다 .
그리고 다음 날 9일에는 지중해에 있던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 부대를 이란 주변 중동지역(걸프 해역이나 홍해 부근)에 재배치했고 10일에는 패트리엇 포대(탄도탄 요격 미사일)를 이란 주위로 배치했다.
바레인 정부는 이란, 이라크에 있는 자국민들보고 즉시 빠져나가라고 권고하며 여행 자제령을 내리고 있다.
(중동에서 특정 국가가 이란과 이라크 방문 자제령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미 국무부도 지난 15일, 이라크 외교공관에 주재하는 자국 공무원들에게 철수를 지시했고
미국의 한 석유회사는 이라크에서 직원 50명 전원을 철수시켰다.
...이유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기 때문.
이 둘은 이란혁명 이후부터 사이가 매우 나빴으나, 특히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부턴 더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배경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2018/05/11 - 트럼프 이란핵합의 탈퇴선언에 이은 이스라엘 이란 군사 대충돌.
2017/06/04 - 이란혁명 그리고 이란·이라크 전쟁 배경 및 결과, 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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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비 왕조가 미국을 등에 업고 몇십년간(1925-1979) 이란을 독재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란은 친미국가에 서구화, 세속화, 반이슬람 정책을 폈던 나라였다.
그런데 19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나고 호메이니(이슬람법에 입각한 정치체제를 주장하며 서구식, 미국식 정책에 강한 반대를 했던 사람)정권이 들어서고 팔레비 왕조는 무너지게 된다.
이때부터 이란은 반미의 길을 걷게 된다.
...이란은 군비력 증강을 위해 미국이 극도로 경계하고 싫어하는 핵무기를 개발한다.
예상했던 미국의 경제 제재, 고립을 당함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제 갈길을 간다. 북한처럼.
그런데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군사력 최강국 미국은, 다른 나라에게도 압박을 가한다. 너네도 우리처럼 이란을 따돌리지 않으면 재미없을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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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15년 , 미국 오바마 정부 시절 '이란핵합의'가 타결되고, 2016년 1월부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된다.
(2015 이란핵합의: 이란이 핵무기 능력을 감축, 제한한다는 '합의조건'을 지키면 국제사회는 이란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합의, 1979년 호메이니의 이란혁명 이후 쭉 이어져온 36년간의 미국-이란의 오랜 적대관계가 풀릴 계기를 만든, 역사적 타협으로 평가받음.)
그러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2018년.
트럼프대통령은 이란핵합의(JCPOA) 탈퇴를 일방적으로 갑작스럽게 선언하고(이스라엘이 이란이 핵개발을 계속 하고 있다는 증거를 대며 미국에게 조치를 취해라 했다는 이유?가 가장 그럴듯 한 것 같다.) 이란 제재 복원을 포고한다.
오바마 전 정부가 체결했던 협정을 3년만에 뒤집은 것.
그리고 이란과 거래하던 국가들에게도 으름장을 놓는다. '너네도 곧 이란 제재에 동참해, 안 하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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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갈등은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
어제, 그러니까 5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여러 걸프 해역 부근 국가들이 미국의 미군 배치요청을 승인했다고 한다.
이란 역시 물러서지 않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적들(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반이란 국가)은 우리의 저항을 최대 압박전략으로 무너뜨리려 한다, 그러나 그들은 또 실패하게 될 것이다. (5/16)
-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 이란의 단거리 미사일만으로도 걸프 해역의 미 군함에 다다를 수 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 새로운 전쟁을 할 여력이 없다.
이란의 외무부 장관 자리프(Zarif): 트럼프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주변 사람들이 이란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미국을 만들어야한다는 명목 하에 트럼프에게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 중동 긴장감을 고조하는 미국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
-미국 정부: 이란과의 전쟁은 원치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국익을 해치려 할 경우 대응할 것이다.
미국, 이란 양국은 전쟁은 원치 않는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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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발언을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날려대는 , 트럼프 대통령과
그런 미국을 오랜시간 혐오했던 이란의 현재와 같은 갈등은 16년 전의 일을 떠오르게 한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그때도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 정부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불법으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라크를 침공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2017/09/25 -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과 실제 이유 고찰. )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에도 현재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강경책을 주도하고 있는 존 볼턴 보좌관이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다. (볼턴은 조지 부시 정부 때 미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이었다.)
만약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 2003년 이라크전쟁때보다 훨씬- 그 규모와 피해가 심할 것이고
이란의 군사력이 만만치 않다 해도,
어찌되었건 결과는 미국-이라크 전쟁의 데자뷰가 될 것 같지만. 상대가 자타공인 군사력, 정보력 1위인 미국인만큼.
북한을 바로 머리맡에 두고 살고 있기에
..에이 설마 전쟁까지 가겠어?
하는 우리이지만
생각해보면 전쟁은 늘 예상치 못한 때에, 참 시덥잖은 이유로 시작된 적이 많다.
이라크에 군사를 파병했던 것처럼,
이란에 파병해야 할 일은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