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육아기록

산후조리원 12박 13일 벌써 마지막날. 조리원에서 느꼈던 것들.

Boribori:3 2025. 1. 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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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룰루를 낳은지 17일째 되는날이자 조리원 생활한지 12일차. 

퇴근 후 거의 매일 왔던 남편


ㅁ 지금 머무르고 있는 이 조리원에서의 마지막날이다. 오늘밤만 자면 이제 내일 아침엔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기 룰루와 함께. 기분이 요상하다.
이제 돌아갈때가 되었다 싶으면서도 집가면 현실 육아 시작이라는 생각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걱정도 되고. 오늘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인 만큼, 남편의 부탁 아닌 부탁으로,, 모자동실은 이따 저녁에만 하기로 해서 - 룰루 보러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으며 노트북을 켜 그동안 느꼈던 것들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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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 생활은 너무 편하고 좋았다! 
때 되면 밥주고, 간식주고, (삼시세끼 + 간식세끼 식량공급..) 빨래해주고 청소해주고..
거의 매 끼니 때마다 미역국이 주어졌지만 감사히 먹었다.  미역국. 쾌변에도 굉장히 효과가 좋았다

또역국 조리원 라이프

 
열흘 넘게 외출도 못하고 조리원 내에서만 생활해야되는 이 시간이 누구는 감옥같아서 얼른 나오고싶다고 하지만 내겐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지루할 새가 없었던 것 같다. 집에 있을 땐 종종 즐겨봤던 드라마나 영화보기, 게임하기 등 여가시간도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신랑이 심심할때 보라고 가져온 태블릿과 책들.. 열어보지도 않았음. 
교육들으러 가거나 수유실에 가지 않는 이상 다른 산모들과 마주할 일이 1도 없는 조리원이라서, 남편이 퇴근 후 오지 않으면 종일 혼자 있거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기와 함께해야 한다. 그런데 이 라이프가 전혀 갑갑하거나 외롭지 않았다..! 난 정말 파워 내향형이구나 싶기도, 은근 육아 체질인 건가 싶기도 했으나 이건 일단 집 돌아가서 현실육아를 시작해봐야 알겠지 ;ㅁ;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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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리원 들어오고 처음 3일간은 모유수유에 대한 집착과 앞으로 겪어야 할 육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온전히 누려야할 이 황금같은 조리원 시간을 고통과 눈물로 지새웠었다.
  3시간마다 유축을 해야 모유량이 는다고 해서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짜냈던 새벽유축(그럼에도 개미 눈곱만큼 나옴.. 비참했다), 수유콜, 그리고 조리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전부 참여..

조리원 수유실



하루 24시간이 부족했고 내 눈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왔다. 몸과 정신이 온전치 못해서 하루종일 두통에도 시달렸다.
산모의 회복을 위해 들어온 조리원인데 왜 나는 여기서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가..  어느 누구도 내게 모유수유를 꼭 해야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데 말이다. 엄마가 되었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 ↓ 열흘 전 우울감에 사로잡혀 새벽에 주저리주저리 썼던 글 소환 ↓ ↓ ↓ )
 
2025.01.07-출산 7일차. 초유 30ml../모유량 부족/죄책감...

출산 7일차. 초유 30ml../모유량 부족/죄책감...

25.01.07룰루 낳은지 7일째 되는날 새벽. 오늘은 조리원에서의 첫날밤- 아니 새벽.  또 잠은오지 않고 눈물만 흘러 처음으로 가져온 노트북을 켜 주저리주저리 있었던 일들과 생각을 적어 본다. 

boriborikim.tistory.com

 
그래도 이렇게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간 비싼 돈 내고 온 조리원, 회복은 커녕 산후우울증만 얻어가겠다 싶어서 넷째 날부턴 마음을 좀 내려놓고 아래 두가지를 실천했다.
1. 새벽유축 포기 2. 수유콜은 컨디션 괜찮을 때만 신청하기 
초유만 먹여보고, 모유수유 너무 힘들면 분유 먹이면 되지!  라고 내 자신을 다독였고 이미 내 과정을 겪었던 친구이자 육아 선배님의 조언과 격려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효과는 굉장했다!!
새벽유축을 포기하고 밤에 통잠을 잘 수 있게 되니까 타이레놀을 아무리 먹어도 효과가 없었던, 하루종일 지속되었던 편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컨디션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유축과 수유콜에 대한 압박감을 내려놓으니 우울감과 자괴감도 사라졌다.
그러니 아기도 더욱 예뻐보이고, 활력이 생겼다 :) 
엄마가 괜찮아야 아기도 잘 돌볼 수 있다. 육아는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 멀리 보고,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게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 한다..! 
 
그렇게 컨디션이 좋아진 나는 하루평균 8~9시간- 모자동실의 길로 빠져들었다. 새벽유축을 포기함으로써 비축된 내 체력으로 아기에게 더 사랑을 쏟을 수 있게되었다.

아기 응급상황 대응하기 교육듣기


조리원 교육 프로그램들도 관심있는 것만 몇번 들으러 가고 나머진 유튜브로 보기로 해서 여유가 많아져 룰루와 온전한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론 수유콜보다 모자동실이 훨씬 편하고 좋았다. 수유콜은 객실 안 전화벨이 울리기만을 기다려야 해서 뭔가 잠깐 물뜨러 갔다올 때 전화가 오면 어쩌나 싶은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었고, 수유실 안의 조용하고 적막한 분위기 때문에 룰루에게 다정한 말(?)들을 해주기 어색했기 때문이다. )
 
우리 아기. 너무 너무 너무  예쁨!!!!!! ♥

 
벌써 생후 2주가 넘은 우리 룰루는 젖먹는 시간도 많이 늘어났고(그 전엔 젖물고 계속 잠들었음..) 깨어서 칭얼거리는 시간도 꽤 늘었다. 원래 모자동실시간의 대부분을 좀 먹다 잠들었는데 요 근래엔 잠들었다 싶어 눕히려하면 울어서 애먹었다. 제대로 밥먹을 시간도 없다는 친구가 예전에 한 말들을 이제 이해하고 있다.

어제 점심. 이러고 밥먹음..

남편은 어차피 조리원 나오면 원치 않아도 24시간 모자동실인데 왜 사서 고생이냐고 계속 말리지만.. 룰루 옆에 없으면 허전하고 보고싶어서 견딜 수 없다. 분리불안인건가..? 과연 이 마음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궁금하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룰루 낳고 16일이 된 오늘까지 나의 가슴은 한번도 울지 않았다. 당연히 필요할 거라 생각해 출산가방에 챙긴 수유패드^^는 단 한번도 꺼내쓸 필요가 없었다. 젖몸살 올까봐 딱 한번 물에 적셔 냉동실에 얼려 냉찜질용으로 쓴 게 전부이다.
ㅋㅋㅋㅋㅋ수유패드는 무슨.. 병원+조리원 생활 내내 노브라 상태로 환자복/조리원복만 입고 다녀도 전혀 티가 안 나는 나의 젖가슴.. 모유량이 적은 탓에 아기는 배불리 먹일 수 없지만, 이렇게 장점도 있다. 번거롭게 매번 수유패드를 갈아야 할 필요도 없고 젖몸살도 거의 없다.

 
유축량은.. 17일차인 현재까지 유축시간 20분 기준 30~40ml 로 거의 비슷하다. 그래도 이틀전부턴 새벽유축 없이 통잠 후 아침에 유축한 양은 60ml 정도 나온다. (그 이후 오후나 밤에 유축하면 여전히 30ml)
서서히 늘고있는 건가..? 요즘 모자동실 시간을 많이 늘려, 직수시간 증가의 효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고민된다.
이틀 후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혼합수유를 할 것인지, 완전 분유의 길로 갈 것인지.
매번 선택의 연속인 것 같지만 그 고민이 부질없다는 걸 깨달은 임신/출산/육아의 과정. 
이번에도 일단 해보고,  결정해야겠다.
 
결론.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는 게 조리원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다.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은 내려놓고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것. 
화이팅, 내일이면 곧 24시간 모자동실하게 될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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