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이번 추석

Boribori:3 2020. 10. 5. 01:01

9일간의 추석연휴가 지나가니 10월, 그리고 4일이다.

아침공기와 밤바람이 꽤 쌀쌀해져서 나갈 때 걸칠 옷을 챙겨야 한다.

작년 겨울. 코로나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뉴스에 나오기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때쯤엔 모든 게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2020년의 10월에 이르른 지금까지도 어딜가나  마스크를 쓰는 게  필수가 되었다.

이젠 영화나 드라마 속 마스크를 쓰지 않는 등장인물들을 보는 것조차 이상하게 느껴진다. 

어딜가든 입과 코가 가려진 채 눈만 보이는 사람들. 밖에 나갈때 옷을 입는 것처럼 마스크를 걸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원래부터 이렇게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마음껏 바깥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다시 올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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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엔 친척들과 할머니집에 모이지 않았다.

서울에 사는 동생들은 집으로 왔고 난 반대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다.

명절음식들로 기름냄새 가득한,

전국 각지에 살던 사촌들이 오랜만에 모여 왁자지껄한 할머니집 대신 

서울이 고향인 남자친구를 만나 평소보다 한적한 서울의 거리들을 걸었고 한강에서 자전거도 타보고!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가지 못한 언니를 만나 알게된 이래로 술도 가장 많이 마셨다.

언니가 빌려준 도복 입고 도복이 다 젖도록, 좋아하는 운동도 정말 실컷!! 하고,

막장코미디같았던 이번 미국 대선토론

 

종일 넷플릭스와 함께하며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침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며 평소 보고싶던 드라마도 몰아봤다. 

 

새벽 1시 닭발 포장해먹기
배달의 민족 처음 이용해 본 1인.

 

그렇게 5일을 내리 쉬며,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은 채 자유를 만끽하며 그토록 원하던 진정한(?) 휴식에 도취해있는 동안

결혼을 앞둔. 혹은 최근 결혼한 친구들의 처음 겪는 명절 스트레스 이야기들도 들었는데..

그러니 이 자유로움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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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휴가 끝나는 마지막날 하루 전. 

서울서 한시간 반 걸리는 할머니집에 갔다. 추석도 다 지나갔으니 사촌들이 아무도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런데 웬걸 .

터미널에 도착해 할머니 폰으로 전화를 하니, 사촌오빠가 받았다. 

'벌써 도착했어? 지금 태우러 갈게. 조금만 기다려.'


헉.. 

덕분에 편하게 가긴 했지만 차 안에서부터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질문 공세는 시작되었다.

올해 몇살이냐부터 시작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결혼과 2세 이야기로 연결되었고 이는 또 '노산의 위험성'에 대한 주제로 연결되었는데

할머니집 도착해서도 비슷한 질문과 말들을 몇번 더 들어야했다.
😈😈😈😈😈😈

 

할머니집엔 사촌오빠들의 안본 새 폭풍성장한 조카들이 재잘재잘 반겨주었고 역시나 배가 터질 정도로 따뜻하고 맛있는 집밥을 양껏 먹임 당했다.

꼬물거리던 조카들이 이제 총총총 뛰어다닐수 있는 지치지 않는 무한체력을 가지게 되면서, 아이랑 놀아주기 체험도 해보게 되었는데 

오우. 우리 세자매를 키워낸 부모님께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마흔이 된 작은 사촌오빠와 오랜만에 만나 나눈 이야기는 양육에 대해서였다.
곧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인 아이의 학군을 위해 이사를 가야할지말지, 운동신경이 좋아보이는 아이에게 운동을 시켜봐야할지 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시켜볼지 고민을 토로하는데 기분이 참 ..이상했다.


할머니가 싸주신 할머니집 대추나무 열매들.

 

30대 미혼여자로서 맞는 추석 첫번째.

많은 생각들, 감정들이 교차하는 연휴였다.    

 

 아. 쓰다보니 벌써 월요일 새벽이 되었다.
새벽 늦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생활을 9일동안 하다보니 큰일이다.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