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사의 견위수명, 2월 14일. 안중근 의사 사망선고일
지금으로부터 109년 전, 1910년 2월 14일은 일본 법원이 안중근 의사에게 사형을 선고한 날이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조선 식민지화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여 사살하였다.
(왼쪽: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거 장면도.
오른쪽: 의거 직후 체포되는 안중근 의사를 그린 그림 , 도쿄일일신문에 게재됨 / 출처-안중근의사기념관)
그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후 대한민국 만세를 3창하며 러시아 헌병에게 곧장 체포되었고 하얼빈 일본 영사관 감옥에 구금되었다.
안중근 의사는 옥중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여야 했던 15가지 이유를 기술하였다.
(자료 출처- 안중근의사 기념관)
<안중근 의사가 밝힌 이토 히로부미 죄상 15개조>
1.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2. 한국 황제를 폐위한 죄
3. 5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죄
4. 무고한 한국인들을 학살한 죄
5.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
6. 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강제로 빼앗은 죄
7.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
8. 군대를 해산시킨 죄
9. 교육을 방해한 죄
10. 한국인들의 외국유학을 금지한 죄
11.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운 죄
12.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
13.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한국이 태평무사한 것처럼 천황을 속인 죄
14. 동양평화를 깨뜨린 죄
15. 일본 천황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
그러나 일본법원은 일본 형법을 적용하여 안중근 의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이로부터 한달 후인 , 1910년 3월 26일,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의 나이 31살, 너무도 꽃다운 나이에.
그 시절 태어나지 않은 나는 잘 알 수가 없다.
다른 나라에 지배당하며 사는 고통과 아픔, 분노를.
사실 지금 내가 사는 이 시절과는 너무 달라서, 그냥 정말 영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뿐인 것만 같아서
진짜 관련 역사 영화나 드라마를 봤을 때만 멋지다, 감사하다, 하며 짧게 감동만 할 뿐이지
평소엔 오늘의 시대를 바쁘게 지내느라 잊고 산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이렇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109년 전에 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던진 안중근 의사같은 많은 독립운동가들.
40년이 다 되어가는 독재군부정권을 향해 투쟁하다 희생된 5.18 광주시민들.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이 나라도, 자유로운 민주사회도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분명 있었던 일들이고, 나처럼 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며 살아갔던 사람들 이야기인데.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일들은 그렇다쳐도
5년도 안 지나 있었던 세월호 참사. 그리고 그때 그 정부의 안일한 대응.
그때 그 분노와 안타까움도 세월과 함께 사그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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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드는데, 특히 무뎌지게 만드는 것 같다.
이러함을 노리고, 과거를 왜곡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
정말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
사리분별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올바른 역사관을 가진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
꽃다운 나이 서른에,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쳤던 안중근 의사.
어렸을 적, 위인전을 읽었을 땐 서른이 정말 나이 많은, 오래 산 어른인 줄 알았는데.
지금 내 또래의 나이에 불과했다. 하고싶은 게 너무 많은 청춘.
피끓는 청춘이었던 안중근 의사..가 그토록 원했던 일본으로부터의 해방된, 우리만의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나.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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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과거의 교훈을 통해 배운다.
있었던 일들과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깨닫고 반성하고, 후회하며 내 자신을 다잡는다.
오늘도 서른의 이 시절 태어났으면 내 또래였을 그가 왜, 죽임을 당해야 했는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정말 기억해야 할 일들은 이러한 기념일, 추모일 등 특별한 날짜를 통해서라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그가 1910년 2월, 투옥 생활 중 남긴 유묵 중 가장 좋아하는 말을 생각하며 길고도 짧았던 오늘 하루를 마친다.
견리사의 견위수명.
見利思義 見危授命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