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토리톨

암컷 강아지 중성화 수술, 꼭 해야 하나

Boribori:3 2018. 6. 15. 02:16

 

토리 중성화수술.

시킬지 말지, 전부터 엄청난 고민을 했었다.

사랑하는 내 개의 멀쩡한 기관을 사람의 편의 때문에 없애버려야 하는가

수컷 개처럼 영역표시하려고 오줌을 아무데나 싸는 것도 아니고.

이 수술을 받는 게 개한테도 좋다는건 개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사람이 스스로 합리화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았다.

(특히 어떤 엄청 거대한 외계인이 사람을 자기 집에 두고 키우면서 사람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중성화수술을 시켜버리는 경우를 상상했었다..)

수술을 권유하는 동물병원 수의사님의 말도 왠지 믿을 수 없었고,

그래서 토리의 수술을 놓고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결국 수술을 시켰다.

(원래 암컷강아지들은 첫 생리를 시작하기 전에 시키는게(생후 6개월 무렵?) 좋다고 하는데 토리는 생후 1년 6개월 정도 지나서 시켰다.

(생리 한번 하고, 두번째 생리가 시작되기 전에.)

 

혹시 나처럼 반려견을 두고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사랑하는 토리를 결국 수술을 받게 한 이유들을 정리해봤다.

 

먼저 첫번째 이유는 물론 반려견의 건강을 위해서였다.

중성화수술은 자궁농종(농성 자궁증. 자궁에 고름이 괴는 병), 유선암(유방암) 등 생식과 관련된 질환이 걸릴 확률을 현저히 낮춘다.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난소와 , 자궁을 아예 적출하는 수술이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질병이 생길 곳을 없애버리므로.

이건 진짜 국문 말고도 영문, 스페인어 등  내가 이해가능한 언어로 다양한 출처의 자료들을 찾아봤는데 모두 같은 말을 했다.

 

두번째.

한달에 두번 찾아오는 생리와 발정기,

그러나 보호자가 태어난 강아지들을 키울 게 아니라서 수컷 개를 만나게 하지 않을 거라면 발정난 강아지는 힘들 수밖에 없다.

사람은 성욕이 있어도 이성이 강하므로 이를 컨트롤할 수 있지만 개는 사람이 아닌, 본능으로 행동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개들은 사람처럼 한번에 한명, 두명(쌍둥이)이 아니라 평균 4~6마리를 임신한다. 많으면 10마리도.

믿을만한, 분양할 집을 다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키울 자신이 없다면.  발정기의 스트레스에서 풀어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수술을 시키지 않고 어쩌다가 개가 임신을 했다고 해도 , 그 강아지들, 개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분양시키겠지 않겠는가?

이 역시 개의 모성보단 사람의 편의를 위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발정기뿐만 아니라 생리 역시 힘들다. 생리 때만 되면 힘이 없어지고 우울해 보이는 토리. 사방에 피를 흘려놓고 생식기를 핥는 토리.

 

사람에겐 성 정체성이나 미래에 자녀계획 등이 있으므로 아무리 생리가 귀찮고 고통스러워도 참겠지만

사람이 키우는 개는 , 그 개의 미래는 어차피 , 어찌되었건 결국 사람이 결정할 것이고

아무리 개가 똑똑하다 해도 성정체성이나 미래에 대한 의지 같은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민 끝에 결국 토리 수술을 시켰다.

2018.06.08.금.

수의사 원장님은 간단한 수술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고 몇시간 후 데리러 오면 된다고 하셨다.

평일이라 회사라서 토리 맡기는 것도 데리고 오는 것도 엄마와 동생이 했는데-

다른 개들보다 회복력이 굉장히 빠르다고 하셨고 적출한 난소와 자궁을 보여주셨다고 한다.

엄마 말로는 콩알 만큼 작아서 신기했다고.

 

퇴근하고 집가서 보니까 수술하고 꿰맨 곳을 핥지 못하도록 깔대기를 쓰고 있었고 수술 받은 부근 배 털은 다 밀려있었다.

꿰맨 곳은 1~2mm정도 됐을가 엄청 작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수술대에 올라가 고생한 우리 토리. 괜히 미안해졌다.

 

원래 우리 토리, 퇴근하고 가면 엄청 꼬리흔들면서 마구 반기는데 그날은 힘이 없는데 그래도 반가우니까 걸어와서 꼬리를 살랑이는데 딱 느껴졌다, 힘들어하는게.

나 오기 전엔 계속 구석에 가서 웅크리고 잠만 잤다고 한다.

내가 오니까 조금 반기더니 내 무릎 위에 올라가 웅크리고 눈을 감는다.

그날은 밥도 거들떠 보지도 않아 진짜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우리 토리- 나 닮아 회복력은 참 빠르다.

2~3일은 밥도 조금 먹고 하더니 4일째 되는날은 원래 개구진 토리로 돌아왔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 토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