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알자/중동지역

나라없는 설움. 쿠르드족의 독립, 어려운 이유

Boribori:3 2017. 9. 21. 00:19

정말이지, 중동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것 같다.

이 지역과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와 인접한 주변국들에서 생기는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아프기 때문에 웬만큼 큰 사건이 아니면 잘 모르지만, 지금도 중동은 여기저기 펑펑 터지고 피바람이 불고 있다

그리고 이 중심엔, 같은 이슬람이나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시아파/수니파 국가들, 정부를 인정하고 싶지 않는 반정부군, 답없는 이슬람극단주의 테러조직인 IS와 여러 테러조직들세계 어떤 문제에든 알게 모르게 항상 껴있는 미국, 미국이 등에 업고있는 이스라엘

그리고 - 나라 없는 설움을 가진 쿠르드족이 있다.


쿠르드족.

이 쪽으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쿠르드족은 항상 중동지역의 열강들에게 골치덩어리였다.


#쿠르드족. 누구일까


- 쿠르드족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지금은 터키의 동남쪽, 시리아 북서쪽, 이라크의 북쪽, 이란의 북서쪽, 아르마니아의 남쪽임) 토착민들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그들은 여태까지 단 한번도 자신만의 나라를 가져본 적이 없다

자신들의 나라가 없기에, 여태 다른 나라들에 흡수되어 살아오며 박해를 당해온 가슴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고 현재도 그렇다

중동지역,  특히 - 터키, 이란, 이라크 , 시리아 지역부근의 산악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수천만명의 소수민족.


                            (사진-CIA)

 

 - 뿔뿔이 흩어져 살고있으나, 오랜시간 떨어져 살았음에도 문화, 언어, 인종이 비슷하거나 같은, 강하고 짙은 민족성을 갖고 있다.


- 종교: 대다수가 수니파 무슬림.

- 언어: 쿠르드인 대부분 2개국어, 3개국어를 구사.

           -> 쿠르드어(방언이 매우 많음..), 각기 거주하는 국가의 언어, + a.

- 쿠르드족의 소원: 쿠르디스탄(쿠르드족의 땅) 국가 건설 (=독립)


- 인구: 3000만명에서 4500만명정도로 추정됨.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터키 1,400만 명, 이란 600만 명, 이라크 내 410만 명, 시리아 100만 명.. 이외  기타 지역에 거주..)

 -> 각기 거주하고 있는 나라의 정부에 의해 압제당해왔다. 

                                                                       (자료출처-매일경제MBN)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민족성도 강하고, 인구도 꽤 많은 이들 민족이 어떻게 한번도 국가를 가져보지 못했을까.?..

->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중동쪽  국가들의 방해도 있지만 더 크게 보면 영국, 프랑스, 미국 등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와 독립방해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 후. 지켜지지 않은 약속

제1차 세계대전에서, 중동지역에서 가장 강한 국가 중 하나였던 터키(당시 오토만 제국)는 전쟁에서 패배한다.

1920년, 전쟁에서 승리한 서구의 연합국들과 터키 정부가 체결한 세브르 조약(Treaty of Sevres)은 '쿠르드족이 원한다면 조약 발효 1년 이내에 완전한 자치권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이에 쿠르드족은, 1922년 6월, 독립을 위한 시위, 봉기를 일으킨다.

이 때, 영국이 개입한다. 쿠르드족은 터키뿐만이 아니라 이라크에 북서부쪽(->석유가 많이나는 유전지대)에도 거주하고 있었기에, 영국은 이를 가만히 두고보기 싫었나보다. 영국은 무력으로, 쿠르드족의 독립시위를 진압한다.

이후에도 영국은 이라크군을 지원하며 쿠르드족의 독립봉기를 막는다. 

그리고 1920년, 쿠르드족의 자치권을 약속한다던 세브르 조약은 끝끝내 지켜지지 않았고.

1923년 체결된 로잔 조약(Treaty of Lausanne)의 인위적 영토 구획에 의해 쿠르드족은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의 영토 일부로 강제 귀속됐다. 



# 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후, 수많은 국가들은 전쟁 후유증으로 앓고 있었다. 쿠르드족은 이 기회를 틈타, 자신들이 거주하던 국가가 좀 힘을 잃었다 싶으면, 독립하겠다고 봉기하고 시위했다. 그러나, 정부군들은 쿠드르족이 분리하는 걸 절대 반대했다..

독립운동->무력진압  이 반복되었다.

쿠르드족은 말 그대로 '소수민족'이었고, 뿔뿔이 흩어져있었기에, 다수인 정부군으로 인해 항상 패배하며 수많은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다. 

소수는, 어느 곳에서나 약자인가 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0년에 한번은 꼭, 쿠르드족 대량학살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특히.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날 무렵인 1988년 3월.

사담 후세인 정권 하의 이라크는 쿠르드족 독립봉기를 근절한다며 대량의 화학무기를 사용하며 남녀노소 가릴것 없이  쿠르드족 민간인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했다. 여기서 죽은 사람만 3천~5천여명, 중상을 당한사람은 최소 7천여명이 넘어간다. 이후에도 화학무기 휴유증으로 인해 기형아들이 엄청 급증했고, 질병으로 인해 고통속에 계속 죽어갔다... )

 

 (사진출처-http://www.crime-watch.org/record.php?id=128924&country=Iraq&title=Halabja%20Chemical%20Attack)


# PKK (Kurdistan Worker's Party)

그러다.. 1978년. 터키에 PKK라는 쿠르드족 독립운동단체가 생기고 6년 후(1984) 이들은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시작한다.

 이들의 목표는 이라크와 터키 국경 쪽에 쿠르드족만의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PKK역시 이라크군, 터키군 등 정부군에 비해, 숫적으로도 , 군사력으로도 절대적 열세였다. 

전면전은 자살을 뜻했기에, PKK는 테러, 게릴라전을 벌인다. .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의 국제단체는 PKK를 테러단체로 간주한다.

(사진출처-AFP, BBC. 1984년, PKK의 무장투쟁 이후 4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KK의 무장투쟁은 먹히지 않았다.

이라크와 터키는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을 때에도, PKK 진압에 대해선 늘 손을 잡았다 -

이라크는 특히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 시절,  쿠르드족 촌락에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무차별 대량 살상을 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이유없이 처형시켰다. 


PKK와 이 정부군들 사이엔 잠시 정전 협상도 오고가고 평화적 대화도 시도했지만 이는 잠시뿐. 이들 사이엔 계속 피바람이 불었다.



...

터키군이 올해에만 1800여명이 넘는 쿠르드계 무장조직원들을 제거했다고 한다.

(올해에만 PKK소탕작전을 562번 벌였다고... 직접 발표하셨다.)

그런데 먼나라 이야기라 그런지 우리나라 뉴스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최근에 일어난 일을 보면. 불과 5달 전, 4월 25일.

터키는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지역을 공습하는 등 자국 내 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까지 PKK를 공격해서,

70여명의 PKK대원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날 공습으로 YPG라는 쿠르드 민병대의 20여명도 사망했다고 한다. 

터키는 YPG 역시 PKK에서 나온 분파라고 보는데, 사실 YPG는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는 IS격퇴전의 지상군 역할을 하는 파트너라고 한다..

PKK는 미국/서방도 테러조직으로 간주해서 그렇다 쳐도 YPG는 ...... 파트너 YPG의 대원이 공습에 의해 사망했는데 

미국과 서방이 보인 것은 '우려'와 '안타까움'표명 뿐이었다. ..

-> 이 이야기는 너무 길어지므로 다음에 따로 포스팅하겠다.


#토사구팽, 쿠르드족.

                    (사진-AFP)


이슬람극단주의, 테러단체인 IS와의 전투에, 쿠르드족은 앞장서서 전투를 벌여왔다. 특히 미국은 쿠르드민병대인 페슈메가, 위에서 언급한 YPG 등에, 여러 지원을 해주며 IS를 격퇴하라고 격려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은 격퇴전에서 꽤 그럴듯한 전과들을 거뒀다.

그러나..

IS세력을 좀 누르고 나자,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다른 것처럼 얼굴을 바꿨다.

중동지역 내 또 다른 내전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로.

독립반대.



유일하게 이스라엘만 쿠르드족의 독립을 지지했다. 이스라엘 민족 역시 오랜 시간동안 나라를 잃고 뿔뿔이 흩어져 떠돌아다니다 많은 주변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립을 해낸 나라이니, 쿠르드족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테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이하 KRG), 그리고 키르쿠크.

                                                      (사진출처-경향신문)

키르쿠크 주의회는 2017년 9월 25일, KRG의 (쿠르드족이 대다수인 이라크 북부의 몇개 주)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투표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투표결과가 찬성이 훨씬 많아도 법적으로 독립 불가. 독립하려면 이라크 중앙정부가 OK해야 함)  

그래도 투표를 한다는 건, 이 결과를 가지고 독립운동을 추진하고 국제적으로 보여줄 명분 중 하나로 만들 목표이겠다.


그런데, 키르쿠크는 이라크 내 주요 유전지대로, KRG의 분리/독립 투표 해당지역에 포함되어 있으며 쿠르드족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KRG는 유전지대 쪽에 자리를 잡아 석유수출을 해오며 얻은 자금으로 무기를 구입해, IS와 독립을 반대하는 정부군 등과 싸워왔다.)

 

그리고 이라크가 국익에 엄청난 +를 가져다 주는 주요 유전지대(이라크 유전매장량의 약 40%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키르쿠크를  가만히 앉아 빼앗길 리가 없다.

키르쿠크 주의회가 분리/독립 투표를 시행할거라는 발표한  같은 날, 이라크 의회는 이 투표를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는 이 투표를 막기 위해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조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이라크 압바디 총리에게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 미국, EU, 아랍연맹은 대테러전 균열을 이유로, 투표를 연기하라고 KRG를 설득하는 중. 그런데... 연기해서 달라질게 무엇일까?)

 

#쿠르드족의 독립반대

그리고 이러한 이라크내 쿠르드 자치정부의 분리/독립에 대한 투표는, 이라크만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이라크 외에도 쿠르드족이 몇백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터키, 이란, 시리아 등도 강력히 반대중이다.
자기 나라에 있는 쿠르드족을 선동할 것이라는 이유.
미국이나 서방국가들도 IS 격퇴에 쿠르드족들을 이용하며 격려한 건 언제고 독립문제만 나오면 '우려'를 표하면서 거의 나몰라라 중이다.

                                                           (사진-베이루트/AP 연합뉴스)

..쿠르드족이 독립할 수 있을까?

1980년 말까지만해도 자진해서 엄청 지원해줬던 이라크를(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가 이길 수 있었을까?), 민간인까지 죽이는 생화학 무기를 만드는 이라크를 눈감아 주었던 미국이.

석유 때문에(다른 명분들을 들었겠지만 실제 원인은..)  침공해서 박살냈던 미국이 과연...

쿠르드족 때문에 이라크 석유의 상당량이 나오는 매장지역인 북서부가이라크가 쪼개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미국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제외한 주변 거의 대부분 국가가 독립을 반대한다는데

.....

쿠르드족의 독립. 갈 길이 멀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