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후기] 40주4일 양수 파수->13시간 진통 후 제왕절개 엔딩 ..(상세함 주의)
새해 첫날, 10개월간 품고있던 아기를 낳았다.
내가 생각했던 가장 최악의 출산상황( 1. 진통이 오기 전 양수 먼저 터지는 것 2. 자연분만 진행이 느려 촉진제 사용(유도분만) 3. 유도분만도 실패해서 제왕절개) 세가지를 동시에 겪으면서 말이다.
아직 생생할때 쓰는 그날의 출산기록.
.
.
.
출산예정일이었던 지난 2024년 12월 28일.
예정일이 3일이나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고 태동만 활발했던 우리 룰루.
37주 무렵, 한걸음 뗄때마다 아파서 걷기조차 힘들었던 치골도 39주가 넘어가니 꽤 괜찮아졌었다.
이미 뱃속의 아기는 3.4kg.. 정말 언제나와도 이상하지 않으므로 늘 마음은 출산에 대한 걱정/두려움과 뱃속의 아기를 드디어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복잡미묘했다.
웬만하면 새해에 나왔음 좋겠다 싶다가도, 뱃속에 너무 오래있어 혹여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40주까진 아기가 태어날 날짜를 정하길 기다려보자- 싶었다. 다음 병원 진료일은 1월 2일이었고, 그때도 나올 기미가 안보인다 하면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 날짜를 잡으려고 했었다.
그리고 12월 31일 저녁부턴, 아기 내려오는데 도움이 된다는 막달 순산요가 영상을 3개정도 보고 따라했다.
남산처럼 부른 배와 출산에 대한 잡생각으로 불면증에 시달렸던 당시라서, 이제 드디어 1월이니. 걱정 그만시키고 좀 나와줬으면 싶었는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 내 심정을 아기가 이해했나보다.
양수 파수 - 주르륵 주르륵 줄줄..
2025년 1월 1일. 6:20 a.m.
팬티가 축축한 것 같아 일어나 만져봤는데.. 이상하게 많이 젖어있었다. 이날도 불면증에 시달리다 새벽 4시반쯤 겨우 선잠이 들었었기에(이날도 새벽까지 룰루의 태동은 엄청났다;;) 정신이 번쩍 들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가는 길에 주르륵 주르륵, 양수가 미친듯이 흘렀다.. 임신 10개월차부턴 출산임박 증상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놨고, 특히 양수인지 그저 질 분비물인지 하는 양수 구별법에도 지식이 있었던 상태였다.
그런데도 무척 당황했던 나..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었던 것 같다.
이때 양수는 아주 연한 노란색이었다. 양수 흐르는 건 소변처럼 조절 불가. 양수가 터지면 이게 양수인지 아닌지 절대 헷갈릴 수가 없다.
곧바로 정신줄을 붙잡고.
남편보고 병원 분만실에 전화(증상을 말했더니 바로 병원으로 오라했다.) + 미리 싸놓은 출산가방 챙기기 + 토리 귤이 배변패드/모래 갈고 밥 챙겨주고 바로 나갈 준비를 해달라 하고 나는 그 상황에 아주 빠른 샤워를 했다. (이제 병원에 들어가면 최소 3일은 씻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지금 생각하면 참 대단하다;;) 출산가방 미리 준비해놓은 게 다행이었다.
그런데 병원으로 출발하기 직전, 옷을 갈아입으며 바닥에 떨어진 양수를 봤는데 뭔가 진한 녹색의 이물질 같은 것들도 섞여있는 것이었다. 마음이 점점 급해지기 시작했다.
출산가방에 늘 상비하고 있었던 맘스안심팬티(기저귀처럼 생김)를 허둥지둥 입고 나갈 채비를 신속하게 마쳤다.
진통오기 시작하면 출산 전 마지막 만삭사진을 예쁘게 찍어놓고 싶었는데;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급한 마음으로 호다닥 현관문에서 대충 찍고 나와야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임신/출산/육아라더니.. 맞는 말이다.
양수가 계속 흐르고 있어서 울 귀여운 토리에게도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멀게 느껴졌는지..
방수패드를 차 시트에 까는 과정에서도 양수는 계속 줄줄 흘렀다..
(이때 남편이 옆에서 자고있어 참 다행이었다. 나 혼자 있을때, 더 최악은 집도 아닌 밖에서 양수가 터졌으면 진짜 더 혼비백산 했을 것 같다.)
그렇게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
1월 1일 - 공휴일에 아직 이른 시간이라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았다. 병원 가는 길, 배가 생리통 있는 것처럼 슬슬 아프다가 말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진진통 시작증상이었던 것 같다. 병원까지 가는 그 20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뱃속에 양수 부족상태로 있을 룰루가 너무 걱정되었다.
병원 도착하자마자 가족분만실로 안내받았다. 이곳에서 남편은 분만과정동안 계속 함께해주었다.
출산 3대 굴욕 - 관장 / 내진 / 제모 : 별 거 아니었네
7:10 a.m. ~ 8:00 a.m. 병원 도착 / 태아 심박수 확인 & 코로나검사 & 관장
병원에 도착하니 7시 10분. 아직 해뜨기 전이다. 새해 일출도 보기 전에 병원행이라니.. 차에서 내려 병원 엘레베이터를 타고 분만실로 가는 길에도 양수는 줄줄 흘렀다..
내원 후 바로 환자복으로 환복하고 막달 태동검사 때 부착했던 기계를 배에 부착했다.
환복할때 입고 온 맘스안심팬티를 벗었는데.. 처음 터졌을 땐 연한 노란색이었던 양수가 완전 초록색으로 변해있었다. 이상한 이물질이 조금 섞여있어서 설마-했던 내 직감이 맞았다. 아기가 안에서 태변을 본 것이다.. 순간 심장이 철렁- 하고 내려앉았는데.
태동검사기로 확인 한 태아 심박수가 정상이라며, 간호사가 안심시켰다.
내 팔목엔 산모팔찌가 채워졌다. (이 팔찌는 조리원에서도 계속 쓰인다.) 새해 첫날부터 너무 급작스러운 출산소동(?)이라 나 이렇게 애기 낳는거야..? 싶었다.
그리고 진행된 코로나검사와 관장. 모든 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따..
- 7:30 a.m. 코로나검사 : 태동검사기 부착한 채로 누워있는 상태에서 간호사가 코를 찌름
-7:50 a.m. 관장 : 옆으로 돌아눕게 하며 간호사가 항문에 관장약을 주입했고, 5분 이상 참으라했으나 3분도 못 참았다.
관장이 출산 3대 굴욕 중 하나라 하던데 이 정도는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태변섞인 양수가 걱정될 뿐이었다.
관장을 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배에 기계를 부착했다. 내 엉덩이 밑엔 디펜드 방수패드가 깔려있었다^^ (추가 양수흐름 방지)
8:10 a.m. ~ 1차 내진 (1cm 미만) / 진통 시작
8시 10분쯤 되니 당직쌤이 들어오셨다. 여태 날 진료해주신 원장쌤이 아니어서 슬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내진을 했다.
산전 내진은 내진의 'ㄴ'도 아니었음을..ㅎ 임신 막달에 하는 산전내진이 몇초동안 잠깐 불편하고 만다면, 분만실에서 받는 내진은.. 어나더레벨이었다. 악 소리가 나왔지만 참았다.
1차 내진 결과, 자궁문이 1cm도 아직 안열렸다고 했다. 이때 양수에 태변이 섞여서 초록색이었다고, 너무 걱정된다고 말씀드리니 태아심박수를 확인하시더니 괜찮다고, 태아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고 나가셨다 ㅠㅠ
하.. 내진을 받고나니 본격적으로 진통이 시작되었다. 여태 출산을 준비하며 열심히 공부한 가진통과 진진통의 차이.. 머리로만 이해했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진진통,, 절대 이것도 헷갈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막달에 출산을 대비하여 미리 깔아둔 순산해요 어플을 켜서 진통주기를 기록해봤다. 1분 아프다 5분 괜찮은 진통이 계속 반복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꽤 묵직한 생리통 같았다. 평소에도 생리통이 워낙 있었던 나라서 아 이정도면 그래도 참을 수 있겠는데?? 싶었다.
이 상태로 약 4시간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생리통같은 아픔은 점점 심해졌다.
.
.
12 p.m. - 2차 내진 (1cm)
2:35 p.m. - 3차 내진 (3cm)
1차 내진을 한 이후 4시간이 지나고 2차 내진을 했는데 아직도 자궁문은 1cm밖에 안 열렸다고, 오래 기다려야할 것 같다고 하시며 의사쌤은 나가셨다..
(1차 내진 해주셨던 의사쌤은 당직시간이 끝나서 퇴근하신 듯 했고 2차 내진은 새로운 의사쌤이 해주셨다. 1월1일 당직근무 화이팅,,! 모두들 고생하십니다. )
그리고 2시간 반 이후 3차 내진.. 이번엔 간호사쌤이 내진을 진행하셨다.
이쯤되니 진통이 너무 심해 내진은 더 이상 아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아직도 3cm 열렸다고 한다 ^.^....
더 이상 고통을 참기 어려워 무통주사를 놔달라 했다.
무통주사 - 무통천국 입성
오후 3시 10분.
진통이 시작되고 7시간쯤 지났을 때, 마취과 선생님이 오셔서 무통주사를 놔주셨다. 새우처럼 등을 구부려 척추에 놓는 주사라서 출산 공부를 할 땐 생각만 해도 무서울 것 같았는데 막상 진통이 심하니 이것도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얼른 이 고통을 사라지게 했으면 좋겠는 마음 뿐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난 무통주사가 잘 듣는 타입이었나보다. 그렇게 아팠던 진통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 (효과 지속시간을 여쭤보니 아기만 잘 내려오면 낳을때까지 지속될 거라 하셨다!)
는 개뿔 ~ ㅎㅎㅎㅎ
4:30 p.m. - 4차 내진 (3cm미만)
6:00 p.m. - 5차 내진 (3cm미만)
무통주사 맞은 후 3시간동안 내진이 두 차례 더 있었는데 아직도 3cm도 제대로 안 열렸다고 했다.
유도분만 시작 - 분만촉진제 투여.. 무통 줄임,,
의사쌤은 진행이 너무 더디다고 분만유도제를 투여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무통약 주입량도 5에서 3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임신 중 생각했던 "이것만은 피하고싶다 두번째 상황"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다시 찾아온 고통.
분만촉진제가 제 역할을 하나보다 싶었다. 머리를 쥐어뜯고싶은 고통이었지만 자궁문이 열리고있나보다 싶어서 열심히 참았다. 그리고..
7:50 p.m. - 6차 내진 (3cm미만)
저녁 7시 50분. 여섯번째 내진을 진행했다. 아직도 3cm도 채 열리지 않았단ㄷr.. 이렇게 아픈데..?? 의사쌤은 분만 1기 - 잠재기가 원래 시간이 가장 오래걸린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하셨다.
전날 저녁을 먹은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은 24시간 이상 공복상태라서 진도 빠졌다.
가장 굴욕적이었던 소변줄
8:20 p.m. - 소변줄 & 7차 내진(3cm)
그리고 30분쯤 지나니 소변이 마려워 간호사실에 콜을 했다. 분만실 오고나서 소변을 12시간동안 2번 정도 봤었는데 그땐 태동검사기를 떼고 화장실에 다녀오게 했는데 이번엔,, 무통주사가 달려있다고 소변줄을 꽂아야 한다고 했다.
소변줄..
태어나서 처음 꽂아봤다. 관장/내진은 개인적으로 굴욕 축에도 끼지 못했다. 소변줄이 제일 수치스러웠다 ㅠㅠ
요도에 뭔가를 끼우는데 무통을 맞았음에도 꽤 아프게 느껴졌다.
아..그리고 뭔가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간호사선생님께 여쭤봤다.
"지금 이 흐르고 있는 건 양수인가요? 양수가 더 나올 게 있나..?"
간호사 선생님은 말씀해주셨다.
"소변입니다..ㅎㅎ"
소변줄을 꽂으면 소변을 봐야겠다는 의도가 없더라도 알아서 나오나보다. 인생 처음 안 사실!
그렇게 내 소변을 받아주시곤, 내진을 한 번 더 해보자고 하셨고, 이때도 여전히 3cm밖에 안 열렸다고 했다.
진통 시작된지 12시간이 훨씬 넘게 지나있을 때였고,
진통은 2.5분 간격으로 점점 심해지고 무통도 줄여서 그런건지 전혀 효과가 없는 것 같이 아팠는데 말이다.
내 자궁을 누군가 두드려패고 쥐어뜯는 느낌이었다.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그런 진통이,, 주기적으로 계속되니 고문당하는 것 같았다;_; 살려주세여..
9:10 p.m. - 8차 내진(3cm)
그리고 9시가 넘으니 의사쌤이 오셔서 8번째 내진을 하셨다. 진통이 너무 심해 아팠던 내진도 이제 아픔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진통 13시간 동안 자궁문은 3cm밖에 열리지 않아- 제왕절개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셨다.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고통도 고통인데 이 고통을 도대체 얼마나 견뎌야 아기가 나올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난 태변섞인 녹색양수로 흠뻑 젖었던 팬티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어 뱃속의 아기가 혹여나 잘못될까 너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얼른 밖으로 나오게 해서 상태를 보고싶었다..
그렇게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이렇게. 출산시 "이것만은 피하고싶다 세번째 상황"도 현실로 이루어졌다.
응급 제왕엔딩..
9:25 p.m. 무통주사 /분만촉진제/소변줄 제거, 수혈바늘 & 항생제테스트
보호자인 남편이 수술 동의서에 싸인을 한 후,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오른팔에 혹시나 수술 중 출혈이 너무 많아 수혈을 하게될 경우에 대비한 수혈관을 꽂았고 (바늘이 두꺼워 무서웠다..) 항생제 테스트 주사도 맞았다. 항생제테스트는 아프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당시의 나는 이미 13시간 진통으로 인해 이미 진이 다 빠져있어.. 전혀 아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통을 아예 제거한 이후라 여전히 진행중인 자궁의 고통 때문에 그냥 날 어서 수술실로 데려가 마취시켜줬으면 싶은 마음뿐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이동했다.
9:30-10:10 p.m. 제왕절개 수술
수술실에 도착하니, 갑자기 겁이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큰 수술은 난생 처음이었고 여태 자연분만을 할 거라고 생각해왔어서 전혀 마음의 준비도 되지 못한 상태였다.. 내 배를 갈라 아기를 꺼낸다니. 분명 내가 동의한 수술이었지만 막상 수술실을 보니 너무 무서웠다.
십자가모양처럼 생긴 수술대에 올라 하반신 마취주사를 맞았다. 아까 자연분만 시도시 맞았던 무통주사처럼 옆으로 누워 새우처럼 등을 굽힌 채로 척추에 맞는 주사였는데 너무 무서웠다. 마취가 잘못되어 평생 불구가 되면 어쩌나, 싶었고 무엇보다 처음 와본 수술실 분위기가 공포스러웠다.(5분 전만해도 너무 아파서 얼른 마취당하고싶다고 한 나 자신 어디갔나요..)
하반신 마취 이후, 양 팔을 고정당한채(그래서 수술대가 십자가모양이었음을..) 마취가 잘 됐는지 확인했다. 마취제가 작용하기 시작하자 양 다리가 쨔르르 한 느낌이 들었고 내 다리를 건드리는 건지, 느낌이 드냐고 묻는 의료진의 물음에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시작된 수술.
수술 장면은 천으로 가려져서 전혀 보이진 않지만, 내 배를 가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니 무서웠다. 하반신만 마취되었으니 피를 빨아들이는 듯한(아마도) 석션 소리등 소리도 다 들리고 몸도 살짝살짝 흔들리는 느낌도 들었다.
마취때문인지 공포 때문인지 어지러웠다. 내가 숨을 잘 안 쉬고 있었던 모양인지, 아기 심박 떨어진다고 호흡을 계속 해야한다고 옆에서 마취쌤이 호흡 응원(?)을 함께 해주셨다. 괜찮다고 ,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시면서..
정신줄을 붙잡으며 제대로 호흡을 하기 위해 집중했다.
그렇게 한 5-10분 지났을까?
"이제 아기 나와요~" 하는 의료진의 알림과 함께 몇초 후 몸이 출렁- 흔들리며 뭔가 빠져나가는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들리는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
몇초 전까지만 해도 나와 탯줄로 이어진 채 9달을 내 몸속에서 살았을 아기를 초록색 천에 싸맨 채 내게 보여주셨다.
우렁차게 울고있는 아기 얼굴을 보는 순간 그 동안 느꼈던 공포와 불안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격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던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아보였던 나의 아기.
드디어 세상에 나온 아기 룰루와 함께 소리내어 울었다. 그때 그 순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아기는 곧 수술실 밖으로 나갔고 (아빠에게 보여주고 신생아실로 데려가기 위해) 20~30여분간 개복부위 봉합작업이 시작되었다. 룰루 보고 너무 울었는지 코가 막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입으로 호흡했다. 산모가 원하면 수면마취를 해줄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당시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요청드리지 않았다.
그렇게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하반신 마취가 된 나를 의료진들이 수술대에서 들어올려 이동식 침대? 같은 곳으로 옮긴 후 회복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날 기다리고 있던 오빠가 보여준 우리 룰루 사진들.
갓 찜기에서 나온 물만두같다 >.<
이렇게 우리 룰루는,, 본인 생일을 1월1일로 정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나오느라 고생했어 우리 아가. 건강만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