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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알자

5.24조치 해제논란: 한국은 미국의 속국인가?

by Boribori:3 2018. 10. 12.

 

5.24조치 해제논란으로 시끄럽다. 5.24조치가 무엇일까.

 

#5.24조치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을 받아 침몰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 해군장병 46명이 희생되었다.

이 일로, 2010년 5월 24일, 대한민국 정부(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를 5.24조치라고 부른다.

 

5.24 조치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 남북 교역 중단 (개성공단 제외)

-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개성공단, 금강산 제외)

- 대북 신규 투자 금지

- 대북 지원사업 원칙적 보류 

-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적 불허

즉, 천안함 사건으로, 단호한 대북 응징을 가하겠다는 의미의 조치이다.

 

그런데 5.24조치를 발표한 이명박 정부 자체도 바로 다음 해(2011)에 종교인 방북신청도 받아 주고 임가공 제품의 북한 반입을 허용했고

박근혜 정부 역시 남북물류 협력, 민간단체의 비료 지원을 승인했었다.

즉, 5.24조치는 '행정적'인 '조처'인 만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취할 수 있어서, 거의 유명무실 상태였고,

북한의 사과 등을 전제하면 우리 정부가 자주적으로 해제할 수 있다.

또한 이번 문재인 정부의 남북평양공동선언에서 채택한 군사합의서에도, '북측 선박의 해주 직항로 이용과 제주해협 통과 문제 등'을 협의하여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들어가 5.24조치의 조항은 또 흔들리게 되었다.

어차피 8년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발표했던 것이므로 이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해제할 것인지도 문재인 대통령 역시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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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럼에도, 5.24조치를 해제하기 어려운 이유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1.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눈치가 많이 보인다.

2. 직접적 원인이 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조처가 없는데 해제하기엔..

 

우리 쪽에서 독단적으로 이 조치를 해제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해제 효과가 없다.

5.24조치에 담긴 남북교역 중단이나 대북 신규투자 금지 같은 내용이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내용과 겹치기 때문.

국제사회와의 협의 없이 우리끼리 북한과 경제적 협력을 한다면, 우리 역시 북한처럼 제재를 당할 수 있다.

(미국이 이란을 따돌리며 이란을 도와주려는 국가들에게 어떻게 하는지 보면 아주 잘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정부도 매우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도 해제 하고말고는 우리나라 스스로, 알아서 잘 결정하면 될 사안이다.

(친구 B의 행동에 몹시 화가 나서, 이제 B랑 안 놀거야 ! 하고 다짐했다가도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바뀌어,

다시 화해를 하려고 할 때. 나보다 더 B를 싫어하는 친구 C의 눈치가 조금은 보이겠지만 그래도 B와 다시 놀고 말고는 나의 마음 아닌가?)

 

그런데 이번 5.24조치 해제 관련 논란이 생기자마자 트럼프님께서 하신 말씀이 가관이다.

 

#한국은 미국의 속국인가?

10월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관계부처와 5.24조치 해제를 검토하겠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5.24조치 해제 검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They won't do it without our approval. 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

(=그들은(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그들은(한국은) 우리 승인 없인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다.)

 

'승인(approval)'이라니. 이 단어는 보통 상하관계에서 쓰이지 않나.

미국과 한국은 동맹관계 아니었나.

정치적 쇼인지, 한국을 정말 아래로 보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 나라의 대통령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엔 놀라울 만큼 무례한 표현이다.

 

미국의 이러한 반응 때문인지,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은 신이 난 것 같다.

비난의 초점은 트럼프가 아니라 강경화 외교장관이 되었다.

 

 

'외교장관이 입만 열면 사고',  '강 장관의 잇따른 말실수', '실언', 깃털처럼 가벼운 처신' '외교적 참사' 등등..

강경화 장관이 무슨 말을 했길래 이렇게 날선 비판을 하는지 .

트럼프가 이번 망언을 한 이유인 '5.24조치 해제에 대해 관계부처가 검토 중'이라는 말이 그렇게 비난받을 만한 말인지 난 잘 모르겠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트럼프 발언에,  '외교적 결례이긴 하나, 우리 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라고 했다..

미국이 우리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 예의없고 무례한 미국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 말을 하게 만든 우리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 언제부터 이렇게 자기 검열을 잘하셨을까?

우리 장관이 한 말엔 실언이며 외교적 참사며 마구 비난하기 바쁜 사람들이

정작 미국 대통령의 망언 of 망언인 언사에는 망언의 'ㅁ'자도 꺼내지 못한다.

 

다른 많은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한반도 평화에 대해 미국과 우리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협의를 하는 것이고.

물론 우리나라가 국력이 약해 미국 같은 강대국들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칭찬같아 보인다. 한심. 

 

........

한국의 대북정책을 한국이 알아서 하려는 것을 보고 ,

'우리의 입장은 이러니 그 건에 대해선 다시 고려해주시오'하는 것과,

'당신은 우리 승인없인 아무것도 못한다'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왜 우리는 이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하는가?

 

트럼프가 최근에 한 말,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 100%를 부담하라'를 떠올리면 미국이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알 수 있다.

북한과의 휴전 이래, 미국이 군사,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고,

전세계적으로도 최강국인 미국 님의 입맛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간 다칠 게 두려워 늘 눈치만 보며 행동했던 우리나라.

그래도 이번 정부는 좀 더 자주적인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우리 생각을 분명히 밝힐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주권국으로서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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